"오래 유지하고 싶습니다."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박성현(25) 이야기다.
박성현(25)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LPGA 데뷔 후 두번째 영광이다.
박성현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발표된 롤렉스 세계랭킹에서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11월 첫 등극 이후 9개월 만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 박성현은 전날인 20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리제트 살라스(미국)를 누르고 시즌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11월 딱 1주일 간 세계랭킹 1위를 경험한 바 있다. 랭킹 1위 복귀 소식에 박성현의 소감은 겸손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지난 해 롤렉스랭킹 1위에 올랐을 때는 1주일 만에 다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오래 유지하고 싶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게 돼 너무 기쁘다"며 지존 수성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1위 수성.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올시즌 박성현은 벌써 3승이나 거뒀다. 메이저대회 우승도 있다. 이미 목표했던 수치도 달성했다. 앞으로는 "4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시즌이 마냥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업다운이 유독 심했다. LPGA 데뷔 후 단 한번도 없었던 컷 탈락을 무려 6번이나 당했다. 우승 직후 컷 탈락이란 어처구니 없는 징크스까지 생겼다. 텍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을 한 이후 3연속 대회 컷 탈락을 했다.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 직후에도 컷 탈락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퍼팅감을 되찾으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까다로운 링크스 코스인 스코틀랜드오픈에서 공동 11위를 기록한데 이어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공동 15위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샷과 퍼팅 모두 안정감이 있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85.7%(48/56), 그린 적중률은 86.1%(62/72)이었다. 라운드 당 퍼트 수도 28개에 불과했다. 세계 랭킹 1위를 오래 지키는데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차오를 만 한 컨디션이란 뜻이다.
1위 수성의 최대 라이벌은 역시 아리야 주타누간이다. 이번 대회에서 딱 1타 차이로 박성현에게 1위를 내줄만큼 두 선수 간 격차는 종이 한장 차다. 박성현이 8.05, 2위 주타누간이 8.00이다. 주타누간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크게 기복이 없다. 올시즌 3승을 기록중인 그는 단 한번도 컷 탈락이 없다. 출전한 16번 대회 중 무려 10번을 톱10에 들었다. 그만큼 독보적 상금왕을 달리고 있다. 주타누간은 총상금 220만7513달러로 2위 박성현(121만4262달러)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박성현 말 대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1위 유지가 가능한 강적인 셈이다.
박성현에게는 우승 직후 대회가 그만큼 중요하다. 1위에 오른 이번은 더 중요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할 '캐네디언 퍼시픽 위민스 오픈'(8.23 ~ 8.26)이다. 박성현은 "캐나다는 왠지 모르게 그냥 느낌이 좋다"면서도 "다만, 코스를 아직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스 파악부터 신중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비쳤다. 과연 안정궤도로 접어든 박성현이 꾸준함의 대명사 주타누간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오래 오래' 세계 랭킹 1위를 지킬 수 있을까. 캐네디언 오픈이 첫 관문이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랭킹에서 한국 선수들 4명이 톱10을 유지했다. 박인비는 3위를 유지했고, 유소연이 2계단 떨어진 4위, 김인경이 8위를 그대로 지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