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준비됐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이문규 여자농구 단일팀 '코리아' 감독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박지수가 온다.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스 소속인 박지수는 지난 20일(한국시각) 소속팀의 모든 경기를 마쳤다.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올 수 있다. 구체적인 합류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농구협회에서 조율 중인데, 으레 그렇듯 일 처리가 빠르진 않다. 그래도 합류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감독 역시 이런 이유로 약간은 느긋한 입장에서 박지수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 서두르거나 재촉한다고 빨라질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해본들 어차피 빨라야 27일 8강전이고 늦어도 29일 4강전이다. 사실 박지수가 없다고 해도 맞춰놓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8강, 더 나아가서는 4강도 문제 없이 치를 순 있다. 시간이 갈수록 대표팀의 조직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변화 때문에 박지수의 합류 이후 생길 수도 있는 부작용을 체크해봐야 한다. 이건 박지수의 문제가 아니라 5명이 하는 농구의 특성 때문이다. 팀의 조직력이 강해진다는 건 결국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깊어지면서 호흡이 맞아간다는 뜻인데, 여기에 같이 손발을 맞추지 않은 선수가 들어가면 기껏 만들어놓은 전력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박지수의 합류를 원하던 이 감독도 막상 합류가 기정사실화되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감독은 "사실 박지수가 없던 상황에서 패턴을 맞춰놓은 상황이다. 박지수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게 된다면 패턴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 그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농구는 일단 체격조건으로 절대 우위가 나뉘는 스포츠다. 그래서 지도자면 누구나 장신 선수를 활용한 '키의 농구'를 펼치고 싶어하는 로망이 있다. 키 1m96의 박지수는 대표팀 내에서 이런 '로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지도자라면 탐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박지수가 단일팀에 들어오면 로숙영과의 더블 포스트 등을 활용한 '키의 농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것 또한 박지수가 베스트 컨디션일 때 얘기다. 풀 시즌을 소화하고, 또 장거리 비행을 하며 시차 문제까지 있기 때문에 박지수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이 감독도 "다른 선수들은 준비가 다 돼 있는데, 과연 박지수가 얼마나 준비됐을 지가 관건이다. 누적된 피로나 시차 문제 등을 감안해서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박지수가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트에 오래 서 있으면 개인과 팀에 모두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수의 부상 위험도 커지고, 그렇다고 팀의 패턴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일단은 박지수의 출전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승부처에 내보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최고의 카드지만, 부작용이 명확하다. 활용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