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프' 전희숙(34·서울시청)이 아시안게임 2연패 위업을 이뤘다.
전희숙은 20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펜싱 플뢰레 개인전 결승서 1996년생 띠동갑, 중국 에이스 푸이팅을 상대로 6대3으로 승리하며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희숙은 인천아시안게임 이종목 금메달리스트, 개인-단체전 2관왕이다. 백전노장 답게 신중하고 침착하게 마지막 결승 피스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쳐보였다. 3-3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3라운드를 맞았다. 15초, 13초, 6초, 2초를 남기고 잇달아 상대를 찔러내며 8대3 승리,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2006년 도하대회 이후 4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첫 대회인 도하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2010년 광저우에선 개인 동, 단체 금을 따냈다. 2014년 인천에선 개인-단체 2관왕에 올랐다.
절친이자 라이벌인 선배 남현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하고 성장했다. 대한민국 여자플뢰레의 최전성기를 함께 이끌어왔다. 서른일곱의 남현희와 서른넷의 전희숙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멋지게 마무리하기로 함께 결의했다. "누가 됐든 여자 플뢰레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 2개를 꼭 따내자"고 약속했다. 이날 오전 예선전, 함께 1-2위를 하기로 약속하고 들어간 피스트에서 고전했다. 전희숙은 16강에 안착했지만, 남현희가 3승2패를 기록하며 32강전을 치르게 됐다. 남현희는 인도네시아의 아난다 메이를 15대12로 꺾고 16강에 올랐지만 다음 상대는 전희숙이었다. 4강 이후에 만나기로 한 '한솥밥' 에이스들이 16강에서 너무 일찍 만나게 됐다. 전희숙이 선배 남현희를 13대8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전희숙은 끝내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간절한 2연패의 꿈을 이뤘다.
훈련중 만난 전희숙은 "선수라면 누구나 금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 역시 선수의 한명으로서,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끝까지 단합해서 개인전-단체전 금메달을 다 따고 싶다"고 했었다. 서른넷의 나이에 4번째 아시안게임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부상으로 극심한 슬럼프도 겪었다. 자카르타훈련장에서 그녀의 양쪽 다리는 온통 테이프 투성이였다. "괜찮아요"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으로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여기까지 왔다.
"부상 이후 많이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겪어야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여자 플뢰레 파이팅!"를 외치던 씩씩한 그녀가 대한민국 여자 플뢰레, 펜싱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보란듯이 정상에 섰다. 아름다운 마무리,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