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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광풍' AG서도 현재진행형, 베트남 이젠 이기는데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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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박항서 광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박항서 베트남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총괄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19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응우옌꽝하이(하노이FC)의 결승골에 힘입어 일본을 1대0으로 꺾었다.

일본 격파를 위한 비법은 없었다. 박 감독이 한 건 '자신감 불어넣기'였다. 박 감독은 "일본을 물리치기 위해 특별한 비밀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어떤 상대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전에선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집중력에 만족한다. 그 믿음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었다. 모든 경기를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트남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낸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이었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이동준 대표는 "호성적에 고무된 베트남축구협회가 일본전 이후 박 감독에게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귀띔했다.

박 감독은 10개월 만에 다시 기적을 일구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 1월 U-23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을 거두며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은 아시아축구에서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베트남축구의 무엇을 바꿔놓은 것일까.

박 감독이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빠른 선수 파악이었다. 피지컬부터 체력까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했다. 베트남 U-23대표팀을 이끌고 3개월 뒤 국제대회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박 감독의 분석 결과, 피지컬과 기술, 체력은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박 감독은 좋은 시기에 베트남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베트남대표팀 선수들은 베트남축구협회가 장기계획을 가지고 키운 황금세대였다. 많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스널 등 유럽 명문클럽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하지만 박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매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수석코치였던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게 배운 선수 장점 극대화 방법을 비롯해 위기 극복 노하우,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발휘해 '원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강한 정신력에 초점을 맞췄다. 베트남은 지는데 익숙해 있었다. 89분을 잘 뛰고도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와서 대표팀을 살펴보니 피지컬이나 체력에서 상대에 밀릴 이유가 없더라. 문제는 자신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젠 "귀화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을 정도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외국인일 뿐이다. 그래서 베트남 특유의 문화도 존중해야 했다. 박 감독은 부임 이후 낮잠 문화를 인정했다. 베트남은 날이 더워서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에 출근하는데, 훈련일정을 당기고 낮잠을 즐기는 문화를 받아들였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쌀국수 대신 우유"를 주장하며 단백질 중심의 식단으로 선수들의 먹을 것부터 바꿨다. '쌀딩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또 선수들에게 식사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켜 선수들에게 단합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오는 23일 대회 16강전을 치른다.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또 다시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