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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집중분석]누적되는 문제점, 남녀농구 메달전략 이상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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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농구의 행보가 순탄치 못하다. 허 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과 '남북 단일팀' 형태로 출전한 여자농구대표팀의 당초 목표는 모두 금메달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남녀 동반우승을 거둔 터라 이번 목표도 금메달이었다. 비록 여자농구는 '단일팀'이기에 '금메달 2연패 도전'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어쨌든 목표는 우승이다.

그런데 조별 예선이 시작되고 나니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남자 대표팀과 여자 단일팀 앞에 닥쳤다. 19일까지 예선 2경기를 치른 남자 대표팀과 여자 단일팀이 만난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남자대표팀 '허 재호' : 반갑지 않은 휴식, 그리고 조던 클락슨

허 감독이 결국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6일 몽골전을 마친 뒤였다. "우리가 지금 제일 불리하다. 일정도 그렇고, 갑자기 클락슨이 온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혈압이 올라서 쓰러질 것 같다." 믹스트존 공식 인터뷰 때는 애써 선전을 다짐했지만, 돌아서는 길에 한국 기자들을 향해 푸념을 토로한 것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적지않은 곳에서 준비가 허술한 면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남자 농구는 백미다. 필리핀이 불참하기로 했다가 뒤늦게 합류하면서 경기 일정도 기형적으로 변했고, 예선전이 시작된 뒤에 갑작스럽게 NBA(미국남자프로농구)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의 참가가 결정된 것이다. 필리핀은 NBA 스타플레이어 조던 클락슨을 얻었다. 허 감독의 혈압이 오를 만도 하다.

결국 예선전 2연승을 거뒀지만, 남자농구 대표팀은 기형적 휴식 일정과 갑자기 급상승한 타 팀의 전력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잃었다. 다음 경기는 22일 태국전이다. 약체라 부담은 없지만, 자칫 몽골전 이후 5일 휴식기 동안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될까 우려된다. 더구나 훈련 시설도 좋은 편이 아니다. 공식 훈련시간이 배정되는데, 딱 50분이 전부다. 몸을 풀었다 싶을 때 훈련이 종료된다. 허 감독은 "다른 농구장을 섭외할 수 없으니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도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클락슨 문제도 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다. NBA에서도 수준급 선수로 뽑히는 클락슨을 과연 누구로 막을 것인지, 공격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등 세부적인 게임 플랜을 세우지 못했다. 일단 클락슨이 뛰는 걸 봐야 답이 나올 것 같다. 중요한 건 선수들 자체적으로는 투지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허일영이나 김선형 라건아 등은 모두 "제 아무리 클락슨이 대단하다고 해도 팀 플레이로 넘어서겠다"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여자단일팀 '코리아' : 설익은 조직력과 전술의 단순화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상황은 남자 대표팀보다 더 좋지 않다. 예선 2차전에서 대만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탓이다.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08대40으로 제압할 때만 해도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의 전력은 상당히 안정적인 듯 했다. 박혜진 임영희 강이슬 박하나 등 국내 선수들과 장미경 로숙영의 컨디션 및 호흡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인도네시아가 워낙 약체라 문제점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강한 상대인 대만을 만나자 숨어있던 문제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설익은 조직력'이다. 단일팀이 갑작스럽게 만들어 지다보니 서로 호흡을 맞추고 패턴을 익힐 물리적 시간 자체가 짧았다. 지난 13일 대만으로 들어오기 전에 겨우 12일을 같이 훈련했을 뿐이다.

인도네시아전 때는 냉정히 말해 조직력이 별로 필요치 않았다. 선수들이 알아서 개인 기량을 펼치면서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의 빈틈을 계속 파고들었다. 그러나 대만전에는 이게 안 통했다. 대만이 강력하고 다양한 형태의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온 팀이었다. 특히 경기 초반 맨투맨과 트랩 수비가 잘 통하며 코리아팀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단일팀은 이 때부터 로숙영이나 김한별 '만을' 이용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 순간부터 '닭'과 '달걀'의 딜레마가 코리아팀에 생긴다. 조직력이 완전치 않기 때문에 전술이 단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준비된 전술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결국 조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인지. 지금 당장 정답을 알 순 없지만, 이런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한국식 수비 패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장미경과 갈수록 공격 집중도가 높아지는 로숙영 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로숙영의 출전시간 분배는 확실히 박지수가 팀에 합류된다면 개선될 수 있다. 장미경도 공수 패턴을 더 확실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선 통과가 무난해보이는 만큼, 대만과의 리턴매치 가능성까지도 염두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