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2012년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기치로 '중국몽(中國夢)'을 선언하면서 봉건왕조 시기 조공질서로 국제 사회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전통 중국을 답습하려 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을 통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소설, 만화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파괴를 자행했다. 이때부터 5천 년을 이어온 문화는 단숨에 퇴보했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후유증이 남아있다.
이후 중국에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정부 주도 문화산업 배증계획(文化部"十二五"?期文化??倍增??) 같은 노력 끝에 각종 문화 산업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집권 2기에 들어선 중국 정부는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가 사회 문제를 조장한다고 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 게임 업계가 술렁였다. 2009년 이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 게임 업계는 올해 상반기 5%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판호' 발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음향 영상 디지털 출판협회 게임출판물 공작위원회(中?音像??字出版??游?工委)가 8월 2일 발표한 '2018년 1~6월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2018年1-6月中?游????告)'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1,050억 위안(약 17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매출 643억 위안(약 10조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50%에서 13%로 떨어졌다.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가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아 신작이 출시되지 못한 영향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허가권인 '판호'가 필요하다. 그런데 발급 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家新?出版???局, 이하 광전총국)'은 지난해 11월 중국 문화부에서 게임 내 콘텐츠, 광고, 유저 대상 이벤트 등을 단속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집중 단속'을 진행한 후 올해 초부터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 업계도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게임사와 계약을 맺은 신작이 출시돼야 하는데, 중국 정부에서 '판호' 발급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중국 내 신작 출시가 무기한 연장됐다. 그렇지만 중국 게임은 국내 게임 시장에 자유롭게 출시되고 있다.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임도 여럿이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은 중국 게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중에는 여성을 성(性) 상품화하는 음란 광고로 도마 위에 오른 게임도 있다. 사회적 도덕을 위반한 콘텐츠를 담고 있어 중국 내에서 과태료 부과 행정 처분과 시정 명령을 받은 '왕이되는자'는 국내에 허위, 과장 광고를 내보내면서도 애플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부터 국내에서 '소녀전선', '벽람항로', '붕괴3rd' 등 미소녀 게임을 서비스하며 매출 수백억 원을 벌어들인 X.D. 글로벌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에 4월 게재된 '심동 네트워크 주식회사 자회사 대외투자에 대한 공고' 문서에 따르면, 10만 달러(약 1억1천만 원) 규모로 한국 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는 국내 게임 업계에 직접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게임을 중국 내 서비스하며 자금을 확보한 텐센트는 카카오게임즈에 500억 원 규모로 투자해 지분 약 6% 보유, 넷마블은 5,33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7.7% 보유, 블루홀에는 5,700억 원 규모로 투자해 지분 약 10%를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중국 게임 업계는 한국 게임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게임 산업을 지원하던 중국 정부가 올해처럼 게임 산업을 규제한다 해도,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한국 게임 시장을 돌파구 삼아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국내 게임 업계와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이라는 기치 아래 봉건왕조 시기 주변국이 중국에 조공을 바쳤던 '과거의 영광'을 현대에 재현하려 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 게임 업계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중국에 매출만 올려 주는 '조공'을 하고 있고, 중국 게임 업계는 국내에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어 '한국 게임 업계는 '호구' 취급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