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 팀답게 서두르지 않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이 15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6대0 완승을 거뒀다. 당초 첫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한국을 상대로 대부분 탄탄한 수비 전략을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첫 경기는 순조로웠다. 황의조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총 6골이 터졌다. 역대 최고의 공격진이라는 평가는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또 하나의 수확이 있다면, 로테이션의 성공이었다. 점수가 벌어진 경기 막판에는 추후의 경기를 대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날 의외의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유럽파 전원이 벤치에서 시작했다. 손흥민의 벤치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13일 반둥으로 입국하면서 피로가 쌓였기 때문. 그러나 A대표팀 멤버인 황희찬과 이승우가 벤치에서 시작한 건 다소 의외였다. 첫 경기를 강조한 김 감독이기에 바레인전에서 '전력 100% 가동'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명단 발표 당시 공개했던 '3-5-2' 포메이션을 그대로 가동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예상 외로 꺼내든 황의조-나상호 카드는 성공이었다. 황의조가 3골, 나상호가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덕분에 손흥민은 푹 쉬었다.
아시안게임 전술의 핵심인 '스리백'도 나쁘지 않았다. 김민재 황현수 조유민은 전반전 내내 든든하게 수비 라인을 지켰다. 바레인은 피지컬에서도 한국 수비진에 완전히 밀렸다.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진야와 김문환은 공격에서 활력을 불어 넣었다. 다만, 후반 25분 김민재가 교체된 뒤로는 수비가 불안했다. 교체 투입된 김건웅이 스리백 중 한자리를 맡았지만, 바레인은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냈다.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쉽게 골을 내줬을 수도 있다. 아찔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후반전에 경기력이 많이 달라진 걸 볼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훈련의 일환이었다. 우리가 P2 지역(그라운드를 3등분 했을 때 중앙 지역)에서의 움직임을 쓴 것이다. 예전에도 리그를 치르면서 조직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이 역시 그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를 요약하면 중앙 지역에서 상대 팀이 공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바레인의 수비 라인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여기서 공을 빼앗아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오히려 바레인에게 맹공을 허용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늘어지면서 잘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어쨌든 이 역시 토너먼트를 대비한 실전 훈련이었다.
김 감독의 초점을 일찍이 토너먼트에 맞춰있었다. 첫 경기부터 그 의도가 드러났다. 결국 조별리그에서 최대한 힘을 아끼고, 조직력을 갖춘 뒤 100%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반둥(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