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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상철 감독, 전남 지휘봉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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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유상철 전남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유 감독은 15일 구단 운영진과의 미팅을 통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전남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단 3승에 그치며 최아위에 머물러 있다. 이로써 유 감독은 2017년 12월 노상래 감독의 후임이 된 이래 8개월만에 전남에서 물러나게 됐다. 후임은 김인완 전력강화팀장이 유력하다.

울산대 감독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유 감독은 많은 기대 속에 전남 감독직에 올랐다. 지난 시즌 가까스로 잔류했던 전남은 유 감독의 지도력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초반은 좋았다. 개막전에서 천적이었던 수원을 잡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전남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유 감독이 반전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려고 했지만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이 또한 감독의 책임"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지만, 여건이 따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마쎄도 교체였다. 유 감독은 월드컵 휴식기 전부터 마쎄도의 교체를 구단에 요구했다. 팀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최전방 공격진의 변화가 시급했다. 실제 전남의 최다득점자는 수비수 최재현이었다. 전남은 유 감독 부임 후 미드필드 플레이에서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구단은 유 감독의 뜻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 감독은 "더 좋은 외인 공격수가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아쉬움은 또 있다. 유 감독이 어려움을 겪은 5월, 구단에서 말도 안되는 제안을 던졌다. 유 감독은 김 전력강화팀장과 보직을 바꾸라는 제안을 받았다. 부임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을때다. 조제 무리뉴,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와도 5개월 동안 팀을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구단 운영진은 이를 몰랐다. 선수단이 직접 나서 유 감독의 잔류를 관철시켰지만,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유 감독이 데리고 오고 싶어 했고, 실제 직접 작업까지 했던 양동현, 외인 공격수들을 구단의 미온적 태도 속 영입하지 못했다.

유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스쿼드의 한계가 워낙 컸다. 부상자까지 겹치며 베스트11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유 감독은 "수원과의 개막전과 그 다음 경기였던 포항전이 내가 꾸렸던 최상의 멤버"라고 아쉬워했다. 실제 전남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친 경기가 유 감독이 언급한 두 경기였다.

유 감독은 전술 변화를 통해 어려움을 꾀하려 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결국 유 감독은 자진 사퇴를 택했다. 유 감독은 "기대는 더 컸지만 대전 때보다 내 축구를 하지 못했다. 그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유 감독은 마지막으로 구단에 애정 어린 조언을 보냈다. 그는 "전남의 정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구단이 유소년을 육성하고 싶은건지, 더 좋은 성적을 원하는지 철학이 불분명했다. 나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전남은 더 좋은 구단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같으면 어렵다. 확실한 철학을 갖고,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