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습니다."
2018년 자카르다-팔렘방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한국선수단 본진의 출국이 있던 15일 인천공항.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주요국제종합대회에서 '메달 효자' 노릇을 하는 종목의 선수·임직원들은 희망을 노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효자종목'인데도 희망은 커녕 보이지 않는 수심이 가득한 곳이 있다. 배드민턴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아시안게임의 단골 강세 종목이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32년간 8회 대회를 치르는 동안 매번 복수의 메달을 수확해왔다. 메달 색깔도 못해야 '은'이었지 '동'에만 그친 적은 없었다.
2006년 도하대회 한 번을 제외하고 금메달을 따지 못한 대회도 없었다. 1994년 히로시마, 2002년 부산에서는 총 7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4개나 휩쓸 정도로 배드민턴은 한국 아시안게임 역사에 있어 상징적인 종목이었다.
그러나 '흘러간 옛노래'일 뿐 2018년 한국 배드민턴의 현실은 냉정하다. 전·현직 선수·지도자 출신 등 이른바 배드민턴인들에게 메달 전망을 들어보면 거의 비슷한 대답이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전문가들 모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노골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말 그대로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금메달은 힘들다. 노메달이 나올 우려도 크다, 마음을 비우고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게 낫다"는 말도 나왔다.
노메달?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아시안게임 최악의 성적이다. 우울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한배드민턴협회도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모습이다. 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맞아 대회 출전 선수명단과 경기일정이 담긴 간략한 보도자료를 내는 데 그쳤다. 예전같으면 올림픽·아시안게임같은 큰 대회를 앞우고 메달 전망 등을 설명하며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한국은 이번에 세대교체 차원에서 역대 가장 젊은 선수단을 꾸렸다. 팀내 최고 베테랑은 남자부 최고령 손완호(30·남자단식)와 여자부 최고령 성지현(27·여자단식)이다. 총 20명의 선수 가운데 최연소 안세영(16·광주체고 1년) 등 10대가 4명이고 이들을 포함안 17명은 20대 중반을 넘기지 않는다. 그만큼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고 해외 경쟁자들과의 세계랭킹에서도 크게 뒤진다.
말 그대로 '뉴페이스'여서 적들에게 아직 전력 노출이 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깜짝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기적' 아니면 '요행'일 뿐 한국이 상대해야 할 일본, 중국, 인도 등 상대국의 객관적 전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끝난 지 2년이 됐는데 '아직도 세대교체하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배드민턴 동호인들은 마음을 비우고 관전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반면 한국의 전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훌륭하게 성장한 '박주봉 키즈' 덕분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은 8월초 열린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중국과 나란히 '금 2, 은 2'의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