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잠실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난타전을 펼치던 두산은 9-12로 추격하던 8회초 '고졸 신인' 박신지(19)를 긴급 호출했다. 7회초 등판해 두 타자를 깔끔하게 막았던 김강률이 선두 타자 이대호를 상대로 초구를 던진 뒤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롯데 타선을 힘겹게 틀어 막으면서 추격에 열을 올리던 두산에겐 악재였다. 더욱이 롯데가 이대호부터 시작되는 중심 타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프로 3번째 등판 치고는 박신지가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보였다.
우려는 기우였다. 박신지는 선두 타자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민병헌에 볼넷, 앤디 번즈에게 2루타를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리는 듯 했으나, 신본기를 삼진, 문규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박신지는 안중열-전준우-손아섭 세 타자 만으로 이닝을 마치면서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 두산은 이날 롯데에 11대12로 패했지만, 박신지가 2이닝 동안 보여준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경기고를 졸업한 박신지는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 지명을 받고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 4월 2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군 첫 등판해 2이닝 무실점했으나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 9일 다시 1군 콜업된 박신지는 이튿날 KT 위즈전에서 ⅔이닝 동안 4안타 1실점 하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다. 그러나 롯데전에서 최고 148㎞의 직구와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과 맞서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경험만 더해지면 충분히 두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할 만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박신지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그는 "150㎞에 가까운 직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종을 보여줬다"며 "KT전에서 아쉬운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이어진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물론 롯데전 호투가 박신지의 현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데뷔 시즌을 치르는 신인인 만큼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는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신인급 투수가 지금 마운드에서 무엇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소득"이라며 "(최근의 등판은)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적은 기회 속에서도 박신지는 제 몫을 다하면서 자신이 가진 야구를 유감없이 떨쳐 보이고 있다. 두산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박신지는 쑥쑥 성장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