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작렬하는 햇살 아래 '두드림스포츠와 함께하는 청소년 올림픽(대한체육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이 열렸다.
8월 11~12일, 경기대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청소년 올림픽'은 유승민 IOC위원이 이끄는 사단법인 두드림스포츠가 평소 운동을 접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1박2일간 올림피언들과 함께 땀 흘리고, 각종 올림픽 종목을 체험하고, 올림픽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획한 스포츠 행사다.
탁구, 농구, 축구, 럭비, 복싱 등 5종목으로 진행된 '청소년 올림픽'에서 5개조로 나뉜 아이들은 각 종목 체육관을 돌며 '올림피언 선생님'에게 탄탄한 기본기를 배웠다.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개인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위원이 직접 탁구종목 강사로 나서 아이들에게 서브를 건넸다.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 출신 조용순 경기대 감독도 원포인트 레슨에 동참했다. 2005년 세계복싱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이옥성,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순철, 여자농구 국가대표 스타플레이어 출신 박정은 김계령 박선영 김은혜 나에스더 김정현 등 쟁쟁한 올림피언들도 재능기부에 나섰다. 럭비 국가대표 출신 이상효, 서울대 럭비부 출신 김성진, 조민기는 럭비 일일교사로, 청소년 국가대표 공격수였던 곽정술과 축구선수 출신 유 위원의 비서 김준엽 실장은 축구선생님을 자청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장수영(정원SY 대표)은 어엿한 CEO로서 후원에 나섰다. 이날 개회식엔 유 위원과 각별한 친분을 쌓아온 '리듬체조 요정'신수지, 손연재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농구 선생님' 박정은은 김계령 김은혜 등 '국대 후배'들과 함께 능숙한 '원팀'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박정은은 '두드림스포츠'의 창립 멤버다. 유 위원과의 인연은 벌써 23년째. "1995년 삼성생명 농구단에 입단했을 무렵 '중학생 탁구신동' 유 위원이 삼성생명 탁구단에 와 훈련을 했다. 어릴 때부터 보통이 아니었다. 승부욕이 남달랐고, 나이가 들 때까지 한번도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유 위원이 '두드림스포츠'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박정은은 주저없이 함께하기로 했다. "이런 재단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것도 많이 봤고, 처음 의미과 다르게 가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유 위원이라면 한결같은 초심으로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아낌없는 신뢰를 표했다.
박정은은 "운동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올림픽 종목을 가르치고, 경험하게 해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후배선수들도 흔쾌히 응해줬다"며 미소 지었다.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김은혜, 김정현은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많다. 미팅을 통해 어떻게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칠지 우리끼리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아이들에게 농구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팀워크, 어우러짐도 강조한다. 오늘 농구를 접한 아이들이 다시 농구를 해보고 싶다는 작은 마음이라도 생기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런 자리는 우리 은퇴선수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소 침체된 여자농구의 인기가 올라가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직 세계챔피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진행하는 복싱 수업의 인기와 집중도는 최고였다. 글러브를 낀 아이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록키'처럼 변했다. 수은주가 35도까지 치솟은 폭염에도 끄떡없었다. "원투, 원투!" 작고 매운 주먹으로 샌드백을 두드렸다. 1교시만에 땀 범벅이 된 이옥성 전 국가대표 코치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아빠로서 이 아이들이 내 자식처럼 귀엽다"며 웃어보였다. "어린 나이에 다양한 올림픽 종목을 접하는 것 자체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많은 걸 가르치기보다 복싱의 정확한 기본기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에는 시간을 더 늘려 기본기부터 재미있는 게임까지 함께 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야외 운동장에서 진행된 축구경기, 뜨거운 햇볕 아래 볼이 상기된 여자아이들이 선생님의 볼을 뺏기 위해 줄지어 달렸다. 선생님은 울산 현대중고 출신으로 '국대 골키퍼' 김승규의 동기인 공격수 곽정술, 고양FC 은퇴후 울산대 대학원에서 공부중이라고 했다. "주말 울산 일정을 포기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내가 가진 재능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아이들이 축구에 계속 흥미를 갖도록,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게 오늘의 목표"라고 했다. 곽정술 선생님의 수업은 성공적이었다. 박소연양(11)은 "학교에서도 축구를 해봤지만 선수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니 더 쉽고 재미있다. '꿀팁'을 많이 알려주셨다"며 활짝 웃었다.
현장의 호응은 뜨거웠다. 한 참가학생의보호자는 SNS를 통해 "의사가 꿈이라던 아이들이 운동 후 '축구선수가 될 거야' '나는 럭비가 너무 멋있어. 럭비선수가 될 거야'하더라"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참가자는 "TV에서만 보던 유명 선수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1대1로 기본기를 배울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1박2일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유승민 IOC위원은 '올림피언'으로서 운동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동 비만, 운동부족, 집중력, 체력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운동시간도 프로그램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전제했다. "아이들이 올림픽은 알지만 어떤 종목이 있는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무작정 하는 운동이 아닌 올림픽 종목을 체험하면서, 체육활동에 자긍심과 관심을 갖게 해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자는 것이 우리 재단의 비전이다. 1년에 단 한두 번이라도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포츠, 올림픽과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은퇴선수들의 진심어린 헌신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함께 땀흘려준 은퇴선수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가치 있는 일을 같이 한다는 것', 그 이유 하나로 모두가 함께 해줬다. 우리 스스로 은퇴 이후 삶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이런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퇴선수들이 더 자주 모여서, 가치 있는 일을 함께하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다. 선수들이 은퇴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IOC위원으로서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열치열', 현역 때 못지않게 뜨겁게 달린 선수들도, 올림피언의 하루를 체험한 아이들도 스포츠를 통해 행복해졌다. 한바탕 땀 흘린 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체육관에 퍼져나갔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몸도, 마음도 부자가 됐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