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무더위와 함께 지쳐가고 있다. 최근 10경기는 3승7패, 후반기 20경기는 8승12패로 전체 공동 8위다. KIA 타이거즈가 8승12패로 한화와 같고, LG 트윈스(5승15패)가 최하위다.
한화는 9일 현재 60승49패로 2위 SK 와이번스에 2게임 차 뒤진 3위다. 6연승의 기세로 4위 자리를 꿰찬 넥센 히어로즈에 아직은 5.5게임 차로 앞서 있다.
문제는 분위기다. 투타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화로선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까지 남은 6경기, 나아가 올시즌 35경기가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아직은 11년만에 도전중인 가을야구까지 갈수 있는 승패 마진이 다소 넉넉하다지만 무턱대고 안심할 순 없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늘 단기 목표를 5할 승률에 맞추고 달려왔다. 한화는 시즌 초반 위기를 넘어 5월 전체 승률 1위(17승8패), 6월에는 두산 베어스에 이어 전체 승률 2위(17승9패)를 달성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잘 나갈때도 고비가 올것이라고 단언했단 한 감독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한여름이 힘겹다.
7월에는 9승13패로 전체 8위로 페이스가 떨어졌고, 8월 들어서도 3승4패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이후 전체 승률 1위인 삼성 라이온즈(17승2무10패), 3위인 NC 다이노스(17승1무11패), 5위인 넥센 히어로즈(16승14패) 등 중하위권팀들의 선전속이 한화의 상승세 전환을 막고 있다. 7월 이후 9승20패로 최악의 페이스인 LG 트윈스 때문에 한화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한화는 지금 선수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시즌 초반 팀에 힘을 보탰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한계에 부딪혔다. 그나마 불펜이 버티고 있지만 마무리 정우람이 철벽이었던 전반기와는 사뭇 다르다. 전반기 박빙 승부의 달인인 한화였지만 7월 이후 1점차 승부에서 2승5패, 2점차 승부에서 1승6패로 부진했다. 불펜도 지쳤고, 중요순간 방망이는 철저하게 침묵했다.
종아리 근육부상중인 김태균과 허벅지 부상인 송광민은 아직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찢어진 근육부위가 아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근육 부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들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끝나는 9월초에나 합류할 수 있다. 이때까지는 지금 선수들로 최대한 버티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한화는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대16으로 크게 졌다. 경기가 기울어진 뒤에는 세번째 투수 박주홍이 3이닝 동안 12안타 8실점의 뭇매를 맞았다. 투구수는 72개였다. 한 감독으로선 10일 경기를 대비할 수 밖에 없었다. 2연전 중 1경기만 잡으면 5할 승률이다. 고졸 신인 박주홍에게는 힘든 시간, 쓴약이 됐겠지만 한화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달리 빼들 카드가 없었다. 한화 방망이가 낼수 있는 득점에는 한계가 있다. 불펜 필승조를 어떻게든지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잡을 수 있는 경기에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한 감독의 전략도 엿보였다.
한화가 남은 35경기에서 5할 승률을 유지하면 3위는 무난하다. 20승15패를 기록한다면 2위 싸움도 가능하다. 15승20패면 4위나 5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