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남, 결과는 마치 전 경기를 보듯 비슷했다.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가 친정 두산 베어스를 또 넘어서지 못했다. 니퍼트는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4실점 비교적 선방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지난 시즌까지 7년을 두산에서 뛴 니퍼트가 올시즌 KT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개막 전부터 니퍼트와 두산의 맞대결에 관심이 모아졌다.
첫 맞대결은 비교적 늦게 성사됐다. 지난달 11일이었다. 장소는 수원. 당시 니퍼트는 8이닝 동안 3실점하며 끝까지 버텼다. 친정 선수들을 상대로 첫 투구여서 그런지 초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김재호와 최주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는 등 힘겨운 경기를 했다. 그래도 8회까지 115개의 공을, 이를 악물고 던졌다. 하지만 팀 타선이 1점도 뽑지 못해 0대6으로 졌다. 패전투수가 됐다. 그 때 상대 승리투수는 이용찬이었다. 7이닝 무실점 완벽한 투구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두 번째 맞대결도 모든 게 비슷했다. 잠실이 아닌 수원에서 또 친정을 만났다. 이날 상대 선발도 이용찬이었다. 이용찬은 당시 승리를 거둔 후 3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른 게 있었다면 타선이 선취점을 내줬다는 것. 2회말 강백호가 선제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니퍼트에게 두산전은 또다시 악몽이었다. 3회 김재호가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맞대결에서도 니퍼트에게 홈런을 뽑아냈던 김재호는 니퍼트 천적으로 거듭날 기세다. 두산전을 앞두고 열흘을 쉰 니퍼트였기에, 컨디션이 좋을 걸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달랐다. 니퍼트는 1회부터 4회까지 매이닝 2명 이상의 주자를 출루시키며 위기를 맞았지만, 3회 실점을 제외하고는 꾸역꾸역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그러는 사이 팀 타선이 점수를 뽑아줬으면 좋았건만, 이용찬의 호투에 눌리며 니퍼트를 도와주지 못했다.
결국 니퍼트는 6회 1사 1, 3루 위기에 처했고 최주환의 내야 땅볼 때 1실점을 더하고 말았다. 6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지며 분투했지만, 경기가 2대4 스코어 그대로 끝나며 다시 한 번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용찬은 니퍼트를 만나 시즌 11번째 승리를 거뒀다.
수원에서 경기를 치른 점, 상대가 이용찬으로 같았다는 점, 피안타 9개와 탈삼진 6개씩을 똑같이 기록했다는 점, 김재호에게 홈런을 맞았다는 점 등이 똑같았던 두산전 두 경기였다. 개막 전, 자신을 떠나보낸 두산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두산을 상대로 꼭 이기고 싶었을 니퍼트에게는 상처가 남게 됐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