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다.
올 시즌 타격왕 경쟁은 상위권 선수들이 큰 변화 없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1위, KIA 타이거즈 안치홍이 2위를 꾸준히 지키는 중이고, LG 트윈스 김현수가 3위에 올라있다. 프로 2년차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도 규정 타석을 채운 이후 4위권을 맴돌고, 두산 김재환이 5위에 올라있다.
팀별로 최소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타격왕 경쟁도 정신력과 체력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6월초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하던 양의지와 안치홍도 이제는 3할 중반대로 타율이 떨어졌다. 8일까지 기준으로 양의지가 3할7푼6리, 안치홍이 3할6푼3리를 각각 기록 중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10년간 타율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최종 성적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3할5푼~7푼 사이를 기록했다. 2015년 당시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가 3할8푼1리로 10년 중 가장 높은 타율의 타격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순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직 30~40경기 가량 남아있기 때문이다. 18일이나 되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또다른 경쟁자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타격 5위까지 선수들 가운데 이정후를 제외한 4명이 모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다. 이들이 에너지 소모가 큰 대표팀 경기를 소화하고 돌아와 곧바로 시즌이 재개되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 페이스를 살펴보면 1위 양의지는 꾸준히 기복없는 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6월 월간 타율 3할4푼6리로 잠시 주춤(?)하나 싶었지만, 7월 한달동안 3할8푼5리를 기록하며 다시 타율을 끌어올렸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3할6푼(25타수 9안타)으로 준수하다. 8월초 3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를 치르기도 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 8타수 4안타로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양의지는 두산의 주전 포수로 체력 부담이 크지만, 올해 타격감만큼은 식지 않고 있다. 팀에서도 체력 안배를 위해 최대한 배려를 해주는 편이기 때문에 특별한 부상 없이 남은 경기들을 끌고 간다면 생애 첫 타격 타이틀을 욕심내볼 수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지만, 양의지는 아직까지 타이틀이 없다. 첫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또 부상으로 전반기에 한달 이상 쉰 이정후는 최근 타격 페이스가 더 무서워졌다. 10경기 타율 3할7푼2리(43타수 16안타)로 경쟁자 선배들을 제치고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반면 2위 안치홍과 3위 김현수는 조금 주춤하다. 안치홍은 최근 담 증세 때문에 몇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2할8푼9리(38타수 11안타)로 떨어진 상태다. 김현수도 최근 10경기 3할3푼3리(42타수 14안타)에 8월들어 치른 6경기에서 2할2푼7리(22타수 5안타)로 처져있다.
지칠 수밖에 없다. 안치홍과 김현수 역시 사실상 풀타임이나 마찬가지다. 체력 안배를 해주고 싶어도, 한시가 바쁜 팀 사정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부상이 아니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입장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이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타격왕 경쟁 역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