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유격수를 보강했다. 강정호(31)의 내년은 어떻게 될까.
미국 'MLB.com'은 7일(이하 한국시각) 피츠버그가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유격수 아데이니 에차바리아(29)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탬파베이는 지난 2일 에차바리아를 '지명양도' 했고, 피츠버그는 에차바리아와 현금을 받는 조건으로 탬파베이에 마이너리그 투수 맷 실링어를 보냈다. 에차바리아는 이르면 8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탬파베이는 1995년생의 유망주 애덤 윌리스가 올해 빅리그에 처음 올라와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기 때문에, 밀려난 에차바리아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기대 한몸에 받는 에차바리아
쿠바 출신인 에차바리아는 올해 29세로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데뷔해 마이애미 말린스-탬파베이를 거치는 동안 메이저리그 통산 778경기를 출전했다. 2할 중반대를 오르내리는 타율에 OPS(장타율+출루율)는 6할대로 공격력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든 유형의 타자다.
하지만 수비력만큼은 꾸준히 인정받아왔다. 탬파베이 소속이었던 올해 7월 1일까지 94경기(319번의 기회) 연속 무실책으로 구단 신기록을 작성했다. 탬파베이 구단 유격수 역사상 가장 긴 기록이었다. 또 올 시즌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유격수(200이닝 이상 소화) 가운데 수비율 0.990으로 4위에 올라있고,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카를로스 코레아에 이어 2위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도 에차바리아를 영입한 배경으로 "수비 안정화와 순발력 강화"를 꼽았다. 허들 감독은 트레이드 이후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내야수 한명이 추가되는 것 뿐 아니라 내야 전체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수라 판단했다. 내야가 훨씬 탄탄해질 것"이라면서 "치기 어려운 공에 대한 콘택 능력도 좋고,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우리는 그동안 그와 함께 뛰고, 시간을 보냈던 선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 정보를 들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리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격이나 태도면에서도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현재 피츠버그 소속인 코리 디커슨과 크리스 아처는 최근까지 탬파베이에서 에차바리아와 함께 뛰었기 때문에 허들 감독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디커슨은 "에차바리아는 내가 생각하는 리그 톱3 유격수 중 한명"이라고 칭찬하면서 "수비적인 감각이 타고났고, 클럽하우스에서는 무척 여유로우면서 느긋한 동료"라고 표현했다.
에차바리아가 내야 멀티맨으로 뛸 확률은 낮다. 허들 감독은 "에차바리아는 3루수로 많이 뛰어보지 못했고, 2루수도 경험이 적다. 기본적으로 유격수이기 때문에 내야 다른 포지션 이동은 아주 드물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내야 전면 수술 불가피, 강정호의 2019년은?
에차바리아는 올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피츠버그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해 후반기에 강정호가 빅리그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지난 4일 왼쪽 손목 수술을 받았다. 6월말부터 손목 통증이 이어졌고, 처음에는 수술 대신 재활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다. 그러나 지난주 타격 훈련을 하던 강정호의 손목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예상 회복 기간은 4~6주다. 9월 중순 복귀할 수는 있지만, 현재 트리플A 강정호의 소속팀인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는 9월 4일이면 시즌이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 시즌 강정호를 빅리그에서 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강정호의 시즌 중 복귀가 희박해졌기 때문에 FA를 앞둔 에차바리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볼 수 있다.
강정호는 2015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4+1년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4번째 시즌이고, 2019시즌 옵션 실행 여부는 구단에 달려있다. 그가 음주 사고로 인한 공백으로 2017~2018시즌 2년을 날렸기 때문에 옵션 실행 가능성이 낮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변수가 많다. 피츠버그는 당장 올 시즌이 끝나면 주전 내야수들이 대부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때문에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이미 지난 시즌 종료 후 간판 선수였던 게릿 콜과 앤드류 맥커친을 트레이드한 피츠버그는 올 시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낮다. 때문에 일찌감치 내년을 바라본 개편에 돌입한 셈이다. 조디 머서와 션 로드리게스가 FA 자격을 얻고, 조쉬 해리슨과 데이빗 프리즈는 팀옵션이 남아있다. 해리슨과 프리즈의 2019시즌 옵션 금액은 각각 1050만달러(약 118억원), 600만달러(약 67억5000만원)다. 스몰마켓인 피츠버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면, 피츠버그는 유격수와 2루수, 3루수, 내야 멀티 요원까지 잃는 셈이다. 사실상 리빌딩이라 봐야한다. 또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도 2019시즌 종료 후 FA이기 때문에 꾸준히 트레이드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비자 발급과 훈련 지원 등 열성을 다하던 피츠버그 구단이 차순위 대책들을 실행하면서 강정호의 미래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은 복잡한 내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강정호의 2019시즌은 어떻게 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