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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채시라 "'엄마' 서영희 공감..저도 평소엔 똑같은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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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채시라를 만났다.

지난 1982년 학생중앙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해 1984년 롯데 가나초콜릿 CF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채시라는 이후 1985년 KBS1 '고교생일기' 등에 출연하며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으며 이후 MBC '조선왕조 500년'(1989)로 사극에 도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1년에는 채시라의 인생작인 '여명의 눈동자'를 만났으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채시라는 다수 작품을 소화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던 바 있다. 지난 1992년 MBC '아들과 딸'부터 MBC '서울의 달'(1994), 그리고 MBC '아들의 여자'(1994) 등에서 팜므파탈의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SBS '여자만세'(2000), MBC '맹가네 전성시대'(2002), 그리고 KBS2 '해신'(2004), KBS2 '천추태후'(2009), JTBC '인수대비'(2011), 그리고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2015)에 이르기까지 다수 인생 캐릭터와 인생 작품을 추가했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이별이 떠났다'에서 채시라는 자신을 가두고 살아왔던 여자 서영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결혼과 엄마의 삶에 대한 민낯을 가감 없이 내비쳤고, 엄마 캐릭터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폭 넓은 감정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에게 '명배우' 클라스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바 있다.

채시라는 종영 소감에 대해 "섭섭하다. 지난번에 메이킹 찍을 때는 인터뷰 하던 분이 물어보시기에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시원한 거는 없고 섭섭하기만 하다. 20부작이 짧다면 짧다. 24개 정도로 짧다 싶은데 20개는 더 빨리 지나갔다. 근데 그 안에 농도나, 밀집된 일의 강도나 양이나 감정적 부분은 한 30부작을 한 거 같다. 20부가 빨리 지나간 거 같아서 섭섭한 것이 더 많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채시라는 "웹소설을 처음 봤을 때 삽화부터 눈에 들어오더라. 영희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이자 장면이 슬립을 입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들고 있는 거라서 이거는 꼭 표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님과 만났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얘기했었다. 감독님은 괜찮겠냐고 염려를 좀 하셨는데 배우가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방송에서는 어느정도 제약이 있다. 그래도 그런 정도의, 삽화의 느낌은 그대로 표현을 하고 싶어서 의상도 그렇게 준비를 했었다. 다행히 작품을, 머리를 6년 만에 잘랐다. 작품 때문에 머리를 길러 두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영희가 홀로 서고 일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이 여자가 홀로 서면서 여성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일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사였다. 지금 긴 머리 상태에서 후반에서 자르는 것이 극적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리 변화로는 머리를 자르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초반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3년간 나가지 않던 여자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머리 길이와 맞더라. 생각보다 머리 자른 것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잘 잘랐다 싶었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날것처럼 표현하고 싶은데 외워야 하고 익숙해지는 게 싫더라. 그래서 소설도 앞부분 까지만 봤고 그 이후는 안 본 것 반이고 못 본 것 반이었다. 소설과 다르게 가는 부분도 있었고 앞부분 정도만 읽었을 때 캐릭터를 알겠으니 너무 익숙해지고 다 알고 가는 느낌이 싫더라. 그래서 반반이었던 거 같다. 안 본 것 반, 못 본 것 반이었다"고 말했다.

채시라에게 '이별이 떠났다'는 3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채시라는 "긴장은 되도록 안하려고 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힘을 빼야 한다. 최대한 편하게 릴렉스 한 상태로 하려고 하는데 사람이라 그게 잘 안되더라. 그래도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하려고 노력했다. 부담보단 기대가 컸다. 담배를 들고 나오는데 방송에서 피울 수없지 않느냐. 그런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고 싶었다. 정웅인은 제가 슬립을 입고 나왔을 때 놀랐다더라. 그런 안 보여드렸던 모습을 곳곳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고, 센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던 캐릭터라 기대가 됐고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시라에게 토요 드라마는 첫 시도이자 첫 경험. 채시라는 "한 시간 하고 광고가 나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60분짜리를 쪼갠 것과 70분짜리를 반반 쪼갠 것은 좀 다르더라. 보시는 분들이 졸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됐다. 한 시간씩 끊지 않고 갔다면 더 집중도가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도의 70분짜리를 쪼개서 하는 것은. 그래도 이 정도로 사랑을 받았으니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채시라는 "한창 올라가던 때였는데 월드컵 때문에 한 번을 쉬었다. 그때 방송을 안 쉬고 쭉 갔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연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반응에 일일이 반응하진 않는다고. 채시라는 "댓글을 보지는 않는다. 기사를 써주신 내용을 보면 댓글을 보지 않더라도 좋은 내용으로 써주셨더라. 좋은 느낌을 가졌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서영희라는 캐릭터가 저를 통해 표현됐고, 좋게 받아들여졌다면 만족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캐릭터에 푹 빠져서 지냈고 행복했다. 일부러 대사를 문어체로 쓰셨다고 하시는데, 입에 맞지 않는 단어도 있었지만 애들도 멀리 하며 애썼던 부분들이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다"고 밝혔다.

극중 채시라는 평범한 주부의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 "김태욱에게 속상했던 점을 떠올려보라"는 감독의 디렉션을 따랐다고. 채시라는 "나도 평소엔 전업주부다. 일도 하면서 살림도 하면서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지만 집에서 일하는 전업주부다. 커튼 닫고 자고 싶어서 잔적도 있고 TV틀고 본적도 있다. 일상의 엄마들이라면 다 똑같은 것 아닌가 싶다. 일상 속에서 멍하니 있는 그런 느낌들. 보통 평범한 주부들도 이렇게 지내겠다는 것들을 느낀 적 있다. 조금이나마 영희가 3년간 집 밖에 나가지 않은 것도 똑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너무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채시라는 실제 어떤 엄마일까. 그는 "열심히 하는 엄마다. 어떨 때는 무서운 엄마기도 하고 엄하기도 하고 친구 같은 엄마기도 하고, 대충하는 것을 못 넘어가는 엄마기도 하다. 제가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는 엄마 같다. 후회는 안 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 한다. 이번 작품을 할 때에는 철저히 애들을 멀리 했다. 그러지 않고는 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대충이 되지만, 일에서는 용납이 안된다. 둘째는 엄마랑 뭘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한테 오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애한테 '암기과목 공부한다'면서 '너도 공부해'라고 하기도 했다. 그 정도의 대사량과 집중도가 있었기에 그렇게 멀리했다. 아이는 끝날 날만 기다렸고, 끝나자마자 마트 가서 장난감도 사주고 그랬다. 그렇게 한 만큼 나왔다. 그렇게 안 했다면 제 마음도 그렇고 될 수 없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극중 상황을 실제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채시라는 "영희가 그런 경험을 했으니 나도 영희처럼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며 웃은 뒤 "아마 이 역할을 하기 전엔 충격이었겠지만, 이 역할을 한 뒤에는 잘 하지 않을까 싶더라. 우리 어머님은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다른 어머님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본 저희 어머님은 영희 같이 친정 엄마 같이 할 수 있는 분이다. 나는 못해도 우리 어머님은 그렇구나 생각이 들더라. 그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러고 싶다"고 밝혔다.

'이별이 떠났다'는 지난 4일 시청률 9.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10.6%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깨우치며 종영을 맞았다. 채시라는 '이별이 떠났다'에서 결혼과 엄마의 삶에 대한 민낯을 가감 없이 내비치며 '국민 엄마' 타이틀을 손에 쥐기도 했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