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후반 대약진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7일 인천 SK전까지 치른 18경기에서 무려 12승을 따냈다. 이제 5위 뿐만 아니라 4위도 가시권이다. 7일 SK전 승리로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는 0.5경기로 유지됐지만, 이날 롯데에 진 4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는 1경기로 더 줄어들었다.
이러한 뜨거운 상승세의 원동력은 역시 구자욱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삼성 김한수 감독은 이날 SK전을 앞두고 "구자욱이 캠프에서 다치고 시즌 초반에도 부상을 겪는 등 많은 일을 경험하며 깨달은 바가 큰 것 같다. 그 덕분에 최근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체적으로 팀 공격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팀 상승세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자욱이 비록 김 감독의 칭찬을 직접 듣지는 못했어도, 그런 찬사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걸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날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구자욱은 1회초 선제 솔로포에 이어 3회초에도 달아나는 3점 홈런을 치는 등 6타수 4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10대8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욱의 멀티 홈런은 올 시즌 개인 처음이다. 또한 5타점 역시 올해 개인 최다 타점 기록이었다.
1회초 1점 홈런과 3회초 3점포는 양상이 비슷했다. 모두 SK 외국인 선발 산체스의 주무기인 패스트볼에 타격 포인트를 맞추고 기다렸다가 초구를 받아친 결과였다. 힘과 수싸움에서 구자욱의 감각이 절정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4타점을 쓸어담은 구자욱은 팀이 9-8로 쫓기던 9회초 2사 2루에서도 우전 적시타를 날리며 1타점을 추가했다. SK의 막판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구자욱은 "마지막까지 모든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지켰고, 나 역시 여기에 조금은 힘을 보탠 것 같아 기쁘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 첫 멀티홈런과 시즌 최다 5타점 기록에 대해서는 "홈런이 의식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다. 타격도 매일 좋을 순 없다. 하지만 최대한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