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마무리 정우람(33)이 흔들리고 있다. 올시즌 전반기 역대급 성적으로 승승장구했는데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다. 자르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선동열호도 정우람의 구위 변동을 유심히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정우람만 바라보던 한화 이글스는 발등에 불에 떨어졌다. 정우람이 흔들리면 팀전체가 요동친다. 불펜야구로 버틴 한화였기에 더욱 그렇다. 선발야구-공격야구로의 승리전략 재조정도 여의치 않다. 흔들리는 선발진, 침체된 방망이,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매끄러운 변신은 불가능한 상태다.
정우람은 올시즌 42경기에서 4승3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중이다. 리그 구원 1위다. 최근 평균자책점이 급격히 나빠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훌륭한 편이다. 문제는 3패가 전부 후반기에 씌여졌다는 점이다.
정우람은 지난 5일 대전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게임에서 8-8로 팽팽하던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사 1루에서 박석민에게 결승 좌월 2점홈런을 내줬다. 정우람의 시즌 4번째 피홈런. 정우람은 전반기 36경기에서 피홈런은 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반기 3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피홈런 3개중 1개는 끝내기 홈런, 또 하나는 결승홈런이었다. 후반기 6경기에서 3패3세이브.
정우람은 연투는 많지 않다. 웬만해선 1이닝 이상 쓰지 않겠다는 한용덕 감독의 의지가 투영됐다. 후반기에는 2연투조차 없었다. 5일 경기 역시 사흘을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구속 차이는 거의 없지만 직구가 전반기만큼 위력적이진 못하다. 직구의 힘이 반감되니 체인지업의 효용성도 조금은 떨어진 상태다.
정우람이 와장창 무너지는 모습은 아니지만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한화에는 충격파가 크다. 한화는 불펜의 힘으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중심을 정우람이 잡고 있다. 송은범과 이태양이라는 빼어난 셋업맨에 박상원 안영명 김범수 김성훈 등 좋은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우람이 버티고 있었기에 성과를 낼수 있었다.
불펜 중심의 야구로 100경기 넘게 좋은 흐름을 이어온 한화다. 지금은 승리전략을 바꾸려 해도 동력이 부족하다. 선발야구는 토종들이 문제다. 선발진은 키버스 샘슨, 데이비드 헤일 두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김민우와 윤규진은 최근 난조다. 김재영은 불펜으로 돌린 상태. 김범수는 아직 붙박이 선발이 아니다.
방망이로 승부를 걸 수도 없다. 한화의 방망이 지수는 내내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김태균 송광민 양성우는 부상이다. 김태균과 송광민이 합류하는 9월초까지는 기존 선수들도 버텨야 한다. 이성열과 강경학의 타격감이 떨어진 상태다. 이성열은 최근 10경기 타율이 2할4푼3리, 강경학은 1할8푼4리에 그치고 있다.
제라드 호잉의 원맨쇼와 자리를 잡은 정근우-이용규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만으론 화력이 부족하다. 상하위 타선 연결고리가 허술하다. 4일 2안타, 5일 4안타를 몰아친 하주석의 반등여부가 그나마 기대 요소다.
현재로선 정우람이 원래 컨디션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패전-피홈런은 외줄타기를 하는 마무리에겐 동전의 양면과 같다.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을 소유한 정우람이다. 한화는 정우람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를 지켜보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