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1m 77의 큰 키에 남다른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듯 스테파니 리는 모델 출신이다. 장안의 화제였던 뉴트로지나 CF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연기자로 전향한 건 2015년 JTBC '선암여고 탐정단'과 SBS '용팔이'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이후 SBS '끝에서 두번째 사랑'을 거쳐 최근 종영한 MBC '검법남녀'까치 필모그래피를 다졌다. 특히 '검법남녀'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독물과 연구원 스텔라 황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 과정에서 스테파니 리는 유독 험난한 적응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했고, 재미교포로 성장기를 보내다 다시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기도 했다.
"라이프 스타일이 아예 달라졌어요. 16세부터 모델 일을 했고, 처음에는 모델 일과 연기를 병행했어요. 그런데 스케줄도 물론 정신이 없을 뿐더러 마음가짐과 라이프스타일이 두 가지가 너무 다른데 같이 하려니까 제 자신을 못 찾겠더라고요. 모델은 화려한 직업이고 화려한 것들을 보고 표현하고 그런 모습이 많이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삶도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요. 외모도 항상 꾸며야 하고 다이어트도 극적이게 관리해야 하고 해외도 많이 나가요. 연기자를 잘 몰랐을 때는 더 화려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델은 자유롭지만 연기자는 우리가 만질 수 는 그런 곳에 있는 직업이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오히려 평범한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평상시에도 그냥 학생처럼 하고 다니게 되고. 몸무게도 조금은 놓고 제가 건강한 정도만 유지하면 되고. 라이프 스타일이 다 바뀌었어요. 어떻게 더 좋다는 걸 결정하기는 그런데 저한테는 모델일을 하다 연기를 하게 된 게 좋은 것 같아요. 딱 맞는 시기에 전향한 것 같아요."
문화적 차이는 오히려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교포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자란 뒤 청소년기를 미국에서 보내고 돌아왔어요. 뉴욕에서 모델 일을 하다가 와서 미국과 한국의 일하는 방식을 비교할 수 있게 됐어요. 확실히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자유로움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집단이 함께 모이는 느낌은 없어요. 개인플레이죠. 한국은 모델도 군기가 셌던 시절이었고,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따랐어요. 힘들 때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편한 것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고 나면 장점이 더 많았어요. 싫다거나 힘들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다만 모델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며 댓글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다.
"모델 일을 할 때는 소통기회가 없었어요. 방송 시작하고나서는 댓글도 관심인데 처음 받아보니까 신기해서 많이 찾아봤죠. 지금은 '이걸 다 보면 안되는구나'를 좀 배운 것 같아요. 상처받기도 하고. 주변에서 상처받는 모습도 보고 해서요. 그래서 특히 작품할 때는 그런 걸 보면 안된다는 걸 배웠어요. 대사 톤부터 디테일한 부분들을 정말 정확하게 지적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반응을 따라가면 연구하고 공부해서 컨펌 받은 캐릭터가 흔들릴 수가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검법남녀'를 할 때는 댓글은 안봤어요."
스테파니 리가 더욱 큰 임팩트를 남길 수 있었던 건 그가 흔히 말하는 '성형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흔하고 특징 없는 성형 미인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쉽게 잊혀지고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도 어렵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색을 가진 배우는 오히려 그래서 더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플러스가 되는데 모델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모델에게 개성은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틀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몽고주름이 있거든요. 그래서 눈트임을 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안하길 잘한 것 같다. 지금은 몽고주름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스테파니 리는 앞으로 더욱 보여줄 게 많은 기대주다. 이제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혹은 완벽을 추구하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탓에 고유의 매력을 100% 보여줄 기회가 상대적으로 없었지만 앞으로는 애교 많고 발랄한 본인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부터 길쭉길쭉한 신체 구조를 살린 액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력발산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처음에는 망가지는 캐릭터로 데뷔하긴 했는데 최근에는 조금 완벽한 여성의 강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 조금은 풀어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번 시즌에서 이이경 선배님과 첫 키스신을 하긴 했지만 좀더 달달한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큰 키와 튀는 모습들이 선입견처럼 있고 영어를 많이 쓰는 모습을 많이 기억해주셔서 그런지 한국말 잘 못할 줄 아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강원도에서 자라 강원도 사투리가 조금은 있긴 하지만 처음 배운 게 한글이에요. '용팔이' 때 액션의 맛을 봤는데 액션스쿨에서 연습하다 보니까 감독님들이 되게 탐내시더라고요. 신체적인 조건을 갖고 있고 스포츠 경력이 있어서 그래도 잘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 영화 '안시성'에서도 무사 역을 맡아서 액션을 하게 됐어요. 재미있고 희열이 있더라고요. 키 때문에 대역이 없어서 제가 다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리얼한 액션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기억에만 남는다면 어떤 거든 좋을 것 같아요.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고 개인적인 바람은 갑자기 나타난 배우라기보다 오래 봐 온 친숙한 배우가 되보고 싶어요.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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