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출신 스캇 반슬라이크는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반슬라이크는 지난달 19일 2군에 내려갔다. 그의 검증 무대는 짧고도 명료했다. 7월 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반슬라이크는 첫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 하지만 이튿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3번째 경기였던 수원 KT 위즈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후 이어진 3경기에서 합계 7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은 단 6경기만에 반슬라이크를 2군에 내려보냈다. 현재 컨디션으로 1군 경기를 계속해서 뛰는 것이 의미없다는 판단이었다. 선수 본인도 2군에서 다시 훈련부터 시작하며 타격 밸런스를 찾아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두산이 빨리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올 시즌 외국인 타자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팀이기 때문이다.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전 외국인 타자인 지미 파레디스도 부진 때문에 2군에서 보냈던 기간이 더 길었다. 사실상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봐야한다.
다행히 다른 야수들이 잘해주고 있고, 반슬라이크의 포지션인 우익수에는 정진호 조수행 김인태 등 대체 자원들이 있다. 또 1루수 오재일이 살아난 것도 한결 숨통이 트이게 하는 부분이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절실했던 이유가 바로 1루 때문이었다. 오재일이 전반기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울만큼 타격이 좋지 않아 2차례 2군에 다녀오고,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타자가 1루에서 자리를 잡아줘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오재일이 최근 10경기 타율 5할1푼5리(33타수17안타) 5홈런 11타점으로 전반기 부진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자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당장 반슬라이크의 부재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들여 영입한 반슬라이크를 마냥 두고볼 수도 없다. 현재 퓨처스리그 경기를 뛰고있는 반슬라이크는 초반 2경기에서 8타수 3안타를 기록했지만, 이후 다시 침묵했다. 지난달 25일 KIA 타이거즈 2군과의 경기에서 첫 홈런도 터뜨리기는 했지만 아직 좋은 컨디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까지 퓨처스리그 타격 성적이 타율 2할(30타수 6안타)로 안타 개수보다 삼진(8개)이 더 많다. 4일 경찰과의 야간 경기에서 2루타를 하나 쳤지만 4경기만의 안타였다.
반슬라이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김태형은 "2군에서 보내오는 정보와 영상을 보고받고 있다"면서 "좋았던 밸런스를 회복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당장보다는 뒤에(후반기)에 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답한다.
아무리 팀이 잘나간다고 해도 투자 손실과 직결되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은 뼈아프다. 특히 요즘처럼 두산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과 체력 난조에 힘들어하는 시기에는 더더욱 반슬라이크가 힘을 보태야할 필요가 있다.
최소 한번 이상의 기회는 더 주어질 것이다. 그 기회를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반슬라이크에게 달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