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왼 팔 손목. 슬리피는 반려견 퓨리의 얼굴을 비워뒀던 '황금자리'에 큼직하게 새겼다. 자신의 시선에서 가장 잘 보이고,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위치인데, 퓨리가 먼저 떠나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슬리피의 삶은 3년 전 퓨리를 입양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퓨리와 함께 하면서 성격이 밝아졌고, 그렇게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 다소 비관적이었던 성향과 어두운 면들이 사라지고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이 같은 매력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사랑 받았고, '쇼미더머니'에 도전하게 되는 등 삶을 더욱 활기찬 삶을 살게 됐다. 퓨리 문신은 슬리피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셈이다.
요즘 슬리피는 안 보이는 곳이 없다. 음악 페스티벌과 공연장,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등에서 고루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중. 그래서 슬리피에게 퓨리는 더욱 소중한 존재다.
둘을 힙합뮤지션들이 자주 찾는 카페23서울(cafe23seoul)에서 만났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입양해서 유기견들에게까지 따뜻한 관심을 가지게 되기까지,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 퓨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제 반려견 퓨리라고 합니다. 퓨리는 푸들이에요. 나이는 세 살이고, 주민번호가 151013입니다. 항상 성대하게 생일파티도 하고 있고...제가 워낙 너무 빠져가지고 선생님들도 많이 불러요. 다 유명해지셔서...강형욱씨나 설채현 이런 친구들이 항상 생일파티에 와주세요."
- 매년 생일을 챙겨주시는건지요
▶한 살, 두 살은 대관해서 했어요.
- 특별히 크게 챙겨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그저희 회사 근처에 살다가 지금 이사를 갔는데 거기에 강아지 키우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처음에 이웃이랑 원래 다 모르잖아요? 거긴 좀 빌라가 많은데 요즘 옆집 사람들이랑 얘기 안하잖아요. 근데 강아지를 키우면서 다 친해지는 거예요. 한 마디씩 말 거는 거예요. '누구예요' 막 이러면서. 이쪽 강아지 '얜 몇 살이에요' 이렇게 하면서 다 친해졌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거죠. 우리끼리 친목도모 겸 하는 거죠.(웃음)
- 연예인들끼리 사모임도 있는지?
▶제가 (SNS를 통해) 사진을 엄청 올리니까 저 때문에 래퍼들이 많이 입양한 거 같아요. 저랑 같은 팀인 디액션이라는 친구도 그때 입양을 했고, 그 이후로 딥플로우라는 친구도 있어요. 딥플로우도 너무 귀여워서 자기도 푸들을 입양하겠다 해서 바로 입양하고, 그러면서 보니까 키우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거의 연예인들은 제가 잘 친분이 없어서...래퍼 친구들이랑 만나서 같이 산책도 하고, 아 초반에는 김재욱이라는 배우가 있어요. 그 친구도 유기견 입양을 했는데, 그 친구랑 초반에는 많이 놀았어요.
- 입양계기가 있었나요?
▶큰 계기는 없었고 항상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도 밥을 먹기가 힘든데...경제적으로도 그랬고, 혼자 둬야 될 것 같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것 같고...그래서 항상 꺼렸죠. 너무 키우고 싶은데 갈등만 하다가 약간 우발적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반려견을 못 키우겠다 싶어서 확 그냥 가버렸어요. 그때는 강아지 공장이나 이런 건 제가 몰랐어요. 펫샵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혹시 입양하는데 가격이 얼마나 들고 그러죠' 이렇게 한번 물어봤다가 '애기 구해놨으니까 데려가' 이렇게 돼버린 거예요. '아니 저는 아직 데려갈 마음은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였습니다' 했는데 '어 데려왔는데?' 그래서 제가 수원에 가서 데려왔죠.
- 퓨리 입양 후 생활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일단 말을 많이 하죠. 말을 많이 하고, 삶이 완전 바뀌었어요. 인생이 바뀌어요. 만나는 사람도 바뀌고, 내 정신적으로 너무 행복하고...얘가 뭘 하면 귀여우니까 나 혼자 웃어요. 혼자 말 시키고 또 막 웃고. 약간 제가 비관론자 성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지만 약간 그런 게 있었어요. 근데 밝아졌죠 좀. 행복지수가 높아졌어요.
- 퓨리를 키우면 케어해줘야 할 부분이 많을 텐데
▶그렇죠. 초반에는 돈도 많이 든다는 얘기도 있었고...근데 그만큼 내가 시간을 조금 빼앗기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강연을 한번 봐가지고...그때 형욱이를 처음 봤어요. 10분 강의 이런 되게 유명한 게 있어요. '여러분은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됩니다', '혼자두지 말아요', '혼자두면 여러분은 키우면 안 됩니다' 그런 말을 했는데, 처음에는 교포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저보다 어리더라고요.(웃음) 그 영상을 보고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두면 안되다 보니까 누구한테 맡겨야 되잖아요. 처음에는 애견 호텔 이런 거도 있고, 아니면 병원에서 맡아주는데도 있고, 그러다가 이웃한테 매일 맡겼어요. 그때 당시에는 맞은편 집이 어떤 사무실이었거든요. 혼자두기 미안했는데 맡아주셨고, 퓨리를 좋아해주셨어요.
- 지금도 다른 집에 맡기시나요?
▶지금은 엄마랑 누나랑 저랑 이렇게 셋이 살면서 사실 집에 둬도 되는데 퓨리를 맡아주시던 주민 분들이 퓨리랑 엄청 가까워져서 서로 너무 보고 싶어해요. 심지어 그 맡아주시던 분이 제가 '나 혼자 산다' 찍을 때 나왔어요. 근데 맡아주시는 분이 세분정도 되긴 하는데 한분 정도 나왔었고..그래서 지금도 맡아달라고 하러 가요. 얘가 안가면 자기가 와요 데리러. 퓨리도 그 분들을 찾아요. 집에서 문만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설아', '수연', '딸기' (퓨리가) 이름도 다 알아요.
- 퓨리가 약간 분리불안증이 있었다던데 괜찮아졌는지요
▶있어요. 지금도 있긴 있는데 많이 나아졌죠. 한명에 대한 딱 어떤 특정 한명에 대한 분리불안은 아니에요. 제가 일단 얘를 혼자 둔 적이 없어요. 완전 애기 때 3개월 때 4개월 때는 둔 적 있는데, 형욱이 영상 보고나서는 단 한 번도 혼자 있었던 적이 없어요.
([셀럽스펫②] 슬리피 "잘 보이는 곳에 문신으로 새겨...퓨리야 떠나지마"에서 이어집니다.)
joonamana@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