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위가 놀랍지 않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불볕 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폭염경보를 내리고 야외 활동 자제를 주문하는데, KBO리그는 계속된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선수는 있었지만, 아직 쓰러진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녁에 경기를 하기 위해서 낮에 훈련을 하는 게 야구다. 선수들은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알 한 뒤 1시간여 휴식을 취하고, 3시간 넘게 경기에 집중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에 무더운 날 경기 취소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폭염이 이슈가 됐다.
그럼에도 야구는 계속돼야 하기에 선수들은 스스로 관리를 하고 있다. 구단은 선수들의 체력 보충을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있다.
기본은 잘 먹고 잘 쉬는 것. 경기를 뛰면 체력 소모가 심해 경기 후 평소보다 더 음식을 섬취하고 잠을 더 많이 잔다고 했다. 장염을 우려해 날음식, 찬음식은 가급적이면 피한다.
훈련 시간 단축은 필수다. 경기 전 홈팀과 원정팀이 1시간씩 정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대다수 팀이 이 시간을 다 쓰지 않는다. 선수들 자율에 맡긴 팀도 있고, 강제로 훈련을 금지시키기도 한다. 홈팀 선수들의 경우 실내 훈련장에서 배팅 훈련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선수들이 푹 쉴 수 있게 경기장 도착 시간을 늦추기도 한다.
시원한 물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엄청난 양의 땀을 배출하기에 수분을 빨리 보충해야 한다. 홈팀은 대부분 라커 샤워실에 욕조를 두고 있는데, 시원한 물을 준비해 선수들이 열기를 식힐 수 있도록 한다.
SK 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수분 공급이 더위 대책의 핵심이다. 전해질 보충 음료나 스포츠 음료 등을 많이 마신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보양식보다 천연과일 주스와 과일을 많이 먹는 편이다. 바나나를 선호하는데 포타슘이 많아 선수들에게 권한다"고 했다. 포타슘은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을 해소하고, 근육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SK는 더위 때문에 식욕이 떨어진 선수들을 위해 에너지바, 샌드위치, 잼을 바른 식빵, 여러 종류의 시리얼 등을 비치해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예 식사를 하지 않거나 소량만 먹을 경우, 경기중에 급격하게 공복 현상이 와 체력 소모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훈련 때 얼음주머니와 얼음수건을 준비해 선수들이 머리나 목에 두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는 특히 경기 중 암모니아 앰플의 독특한 향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사용하는 앰플이라고 한다.
한화 이글스는 탄수화물 농축액을 제공하고 있는데, 집중력 강화에 좋아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또 선수들 영양제를 언제든지 섭취할 수 있게 준비해두고 있다.
예전에 썼던 대구시민야구장에 비해 현재 삼성 라이온즈가 사용중인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시원한 편이라고. 삼성 강명구 코치는 "'라팍'이 훨씬 낫다. 시민구장은 인조잔디여서 그라운드에 서면 지열이 올라왔다. '라팍'은 야구장 주변이 트여있어 바람도 시원하게 부는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무더위를 피할 수 없다. 삼성은 더그아웃과 관중석에 설치된 미스트 노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구 무더위를 감안해 야구장 공사 이를 설치했다고 한다. 1,3루 더그아웃에 20개씩 설치돼 있고, 관중석 복도에도 미스트 노즐에서 나오는 물안개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KT 위즈는 땀배출로 체내 염분이 줄어들 수 있어 경기 중에 해바라기씨를 계속 먹도록 하고 있다. 또 라커에 얼음물 족욕기를 놓았다.
NC 다이노스는 유영준 감독 대행 체제가 되면서 훈련량이 예전보다 줄었는데,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더울 때 훈련량을 줄이는 것보다 1년 내내 같은 양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구단 분석에 따른 조치다. 넥센 히어로즈는 고척 스카이돔을 쓰기에 홈경기 때 무더위 걱정이 없다. 원정 때는 훈련량을 줄이고, 수분 섭취로 체력 안배를 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