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의 기본은 전력 질주 아닐까.
한화 이글스는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5대3으로 9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정근우의 2사 후 짜릿한 역전 결승 스리런포가 터졌다.
하지만 정근우가 끝내기 홈런을 치기 전까지 한화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한화는 이날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을 선발로 내세웠고, 상대는 고졸 신인 김 민이었다. 기본적으로 우세하게 풀어냈어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매이닝 찬스를 잡고 결정적인 득점을 해내지 못하며 상대에 추격 기회를 줬고, 6회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역전 결승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패할 뻔 했다.
경기를 하다보면 타선이 침묵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팬들을 화나게 하는 건 기본적인 플레이를 망각하는 것이다. 이 경기는 하주석이 대표적이었다. 하주석은 하루 전 KT와의 경기에서 9회말 마지막 환상적인 수비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 수비 한방으로 영웅이 됐다.
하지만 하주석의 올시즌 고민은 타격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2할2푼6리에 그쳤다. 2016 시즌부터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도약하며 2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한 하주석 입장에서는 올시즌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었을 것인데, 타격이 잘 안되다보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한용덕 감독이 전날 승리 후 "방망이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수비만으로도 팀에 엄청난 공헌을 하는 선수"라며 하주석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주석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안타를 많이 못쳐서가 아니다. 정근우 앞 9회 2사 2, 3루 찬스에서 삼진을 당해서도 아니다. 타석에서 잘 못쳐도 열심히는 뛸 수 있는데 그걸 안했다. 3회 첫 타석 2루 방면 땅볼을 치고 실망스러운 듯 천천히 뛰어나갔다. 하지만 강한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되며 KT 2루수 박경수가 공을 잡지 못했다. 공이 많이 튀었다. 그제서야 하주석이 뛰어 1루 세이프.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하지만 공이 크게 튀지 않았다면 느리게 뛴 하주석은 1루에서 아웃을 당할 수도 있었다. 지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장면이다.
7회 세 번째 타석도 마찬가지였다. 1루수 방면 강한 땅볼을 쳤다. 1루수가 공만 잡으면 아웃. 그래도 프로 선수라면 끝까지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거의 뛰지 않고 아웃을 확인한 후 공수교대를 준비했다. 날도 덥고, 수비를 위한 체력 세이브도 좋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예의 문제를 떠나, 만약 1루수가 공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렸다고 한다면 전력 질주를 할 경우 2사 2루가 될 수 있었고, 전력 질주를 안하면 2사 1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점차 승부 2사 1루와 2사 2루는 하늘과 땅 차이다.
3회초 이동훈은 3루 땅볼을 치고 전력을 다해 뛰었다. 그 모습과 비교가 많이 됐다. 많은 안타도 좋지만,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더 응원하게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를 악물고 기본부터 충실하면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찾을 수도 있다.
8회 2사 1, 3루 이성열이 포수 플라이를 쳤을 때, 파울이 될 지 안될 지 여부를 떠나 3루주자 이용규는 무조건 홈으로 뛰어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3루에서 공만 바라봤다. 오른쪽 정강이 부상에도 대타로 나와 출루해 도루까지 성공한 공로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아주 높이 뜬 타구가 페어존으로 떨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 전력 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조건 홈쪽으로 뛰어 들어와야 하는 건 당연한 플레이였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