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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정석 감독, "불펜부진, 투수들만 탓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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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한테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나의 현상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실점을 막아야 할 상황에 등판한 투수가 얻어맞았다. 투수의 실투인가, 타자가 잘 친 것인가. 아니면 교체 타이밍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또는 포수의 리드가 정교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떤 기준을 고르느냐에 따라 여러 해석이 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진 문제다.

요즘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고척돔에서 폭염은 피하고 있지만, 그는 "속에서 열이 자꾸 올라온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연히 개선되지 않는 불펜의 문제 때문이다. 넥센은 후반기 들어 불펜이 계속 얻어맞고 있다. 시즌 전체 불펜 평균자책점이 5.51로 10개 구단 중 9위인데, 올스타 휴식기 이후로 따져보면 이 수치는 7.36으로 치솟는다. 리그 공동 최하위에 해당한다. 다 이긴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는 일이 많아졌다. 후반기에만 벌써 5번의 역전패를 당해 리그에서 가장 뒷문이 불안한 상태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장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가 머리를 맞댄 채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벌써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부진한 결과가 이어지면 가장 흔하게 할 수 있는 게 투수들에 대한 비판이다. 왜 더 잘 던져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나 라는 문제를 제기하기 쉽다. 하지만 장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장 감독은 "지금 불펜 부진의 원인을 전부 투수들에게서만 찾기는 어렵다. 실투가 나와서 그런 면도 있지만, 분명 김재현이나 주효상이 승부처에서 약간은 서두른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김재현과 주효상 두 포수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보고 있었다. 장 감독은 "두 포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다.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오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이들을 기다려줘야 할 때라고 본다"라면서 "두 포수 모두 자신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늘 배터리 코치와 함께 상대 타자를 연구라고 있다. 그래서 나도 불펜 투수들이나 포수들에게 화를 낼 수 없다. 잘 안될 땐 안타깝고 속도 상하지만, 결국은 선수들이 성장해서 잘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