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유상철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바람이었다.
전남은 25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18년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포항은 이날 사실상 2군 선수들로 경기를 치렀다. 반면, 전남은 FA컵에서도 1군 선수들을 여럿 기용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로테이션을 돌릴 만한 선수 자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부상 없이만 끝났으면 좋겠다. 여기서 더 다치면 안 된다"고 했다. 다행히 추가 부상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빡빡한 리그 일정을 보면, 전남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전남은 19라운드까지 3승7무9패(승점 16점)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11위 대구(승점 14점), 12위 인천(승점 13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올 시즌 19골로 팀 득점 부문에서 공동 10위에 그치고 있다. 공격이 안 풀린다. 팀 내에서 최다 득점자는 최재현과 허용준으로 각각 3골씩을 기록 중이다. 타 팀의 에이스들에 크게 밀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하태균은 부진과 부상이 겹쳤다. 아직 공격 포인트가 없다. 지난 5월 19일 대구와의 홈 경기 이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팀 주축 선수들도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김영욱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10일 이상 빠지게 됐다. 허용준도 발목 부상으로 2~3주 정도 결장이 예상되고 있다. 허용준은 지난 17라운드 상주전, 18라운드 FC서울전에서 연속 골을 터뜨렸다. 빠른 돌파와 물오른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21일 포항과의 19라운드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유 감독은 경기 전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희한하게 부상자가 많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좋아진 선수들로 전력을 구상하고 있는데, 꼭 다친다. FA컵에서도 로테이션을 돌릴 선수가 부족하다. 뒤에 있는 선수들도 부상이 많다"고 했다.
공격진에 유독 부상자가 많고, 확실한 해결사도 부족하다. 유 감독은 "강원 제리치가 부럽다. 해결해주는 능력이 있다. 찬스 때 확실히 득점을 해준다. 우리는 지고 있는 경기를 비기거나, 이길 경기는 꼭 이기는 그런 경기가 필요하다.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도 찬스에서 못 넣었다. 찬스가 없었고, 수비만 일방적으로 했으면 받아 들인다. 하지만 경기를 잘 하고도 찬스 때 못 넣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FA컵 승리로 연패는 막았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마쎄도는 모처럼 기회를 얻어 골을 넣었다. 유 감독은 "윤동민과 마쎄도 중 누가 주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체력적 분배를 했다. 마쎄도의 경우에는 이런 경기에서 뛸 시간을 주고 싶었다"면서 "후반전만 뛰었지만, 득점으로 감각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공격수 쪽에서 부상이 많아 어렵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 보겠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잇몸'이 될 대체 자원들의 활약이 절실하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