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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와 이니에스타' 선진 축구를 향한 日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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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69·프랑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스페인).

축제는 끝났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럼에도 성에 차지 않는 기색이다. 선진축구 완성을 향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세계적인 지도자와 스타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표팀은 물론, 근간이 되는 프로리그까지 앞 다퉈 발전을 외치고 있다. 구호 뿐만이 아니다. 당장 눈앞의 플랜A와 B가 아닌 2년, 4년 뒤를 내다본 장기 플랜까지 구체적인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아르센 벵거=장기적 계획을 위한 고민

일본축구협회(JFA)는 러시아월드컵 직후 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에 착수했다. 플랜A는 외국인 감독 선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이 제안을 고사하면서 난항에 빠졌다.

빠르게 플랜B를 가동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21세 이하(U-21) 감독에게 A대표팀 지휘봉까지 '겸직'을 맡기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통일성을 가지고 가겠다는 의미다. 다만 모리야스 감독의 어깨가 무겁고, 메이저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막강 지원군'을 꾸릴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언급된 인물은 두 명이다. 일본 언론 데일리스포츠는 지난 19일 타지마 고조 JFA 감독은 니시노 감독에게 통합 대표팀을 지원하는 일을 맡길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니시노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에서 일본은 16강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리고 또 한 명, 벵거 감독이다. 스포니치아넥스는 25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이 일본 축구대표팀 테크니컬 디렉터(기술 자문)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JFA는 물밑에서 벵거 감독의 테크니컬 디렉터 취임을 타진했다'고 전했다. 타지마 회장은 러시아월드컵 기간 중 벵거 감독과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벵거 감독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해 협상이 결렬됐고, JFA는 테크니컬 디렉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벵거 감독이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게 된다면 유럽에 거점을 둔 채 선수 육성, 해외파 시찰 등 폭 넓은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니에스타=거침없는 투자의 표본

J리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스페인 축구스타 이니에스타(빗셀 고베)와 페르난도 토레스(34·사간도스)가 J리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스타 선수의 영입은 J리그 투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J리그는 2016년 7월, 영국 스포츠 콘텐츠 전문기업인 퍼폼그룹과 2017년부터 10년 간 2100억엔(약 2조2550억원)에 달하는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세분화된 스폰서 계약금까지 더하면 가용액은 배로 늘어난다.

돈이 돌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단순히 성적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스타들의 J리그 데뷔전 소식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데뷔전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유니폼 매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6월 발매된 이니에스타의 유니폼은 대부분 매진 됐고, 추가 제품은 9월 이후에야 판매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이니에스타 이슈로 간사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약 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빗셀 고베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활약했던 의료스태프와 유소년 코치도 품에 안았다. 이들을 통해 유소년 육성, 선수 관리 등 선진 축구를 배우겠다는 의지다. 이니에스타 역시 빗셀 고베의 어린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별 구단의 노력에 J리그도 화답하고 있다. 더 좋은 선수 영입을 위해 외국인 쿼터 철폐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J리그는 현재 팀당 국적에 관계없이 5명을 등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외국인 3명, 아시아 선수 1명, J리그 제휴 리그(태국, 캄보디아 등) 1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J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처럼 외국인 쿼터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물론 외국인 쿼터 폐지 장단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J리그가 미래의 발전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팀과 자국 리그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선진축구를 향한 '발전'을 외치고 있는 일본 축구의 오늘. 과연 미래의 아시아 축구 패권은 어느 나라가 쥐게 될까. 닮은 듯 다른 고민 속에 처한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