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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대비 '열공중'인 은행들…스포츠가 '마중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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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27 남북회담에 이어 북미회담이 이루어지는 등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경협을 염두에 둔 금융권, 특히 은행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남북경협 대비 상황은 아직은 '비즈니스'보다는 북한에 대한 '스터디'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북한에 진출하게 될 경우 교통·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금융 지원이 일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인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프라 조성에 대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최근에는 스포츠를 통한 교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시중 은행들이 각 종목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국가대표팀에 대한 후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남북 스포츠 교류가 남북경협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의 남북경협 준비 상황은?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산업·IBK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들이 남북경협 관련 인원·조직 강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중은행들도 북한 전문가를 추가로 채용하는 등 남북경협 준비 태세에 나섰다.

우선 지난 1997년 외환은행 시절 국내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대북경수로사업 지원을 위해 10년 가까이 금호출장소를 개설했던 KEB하나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중 가장 발 빠르게 북한 재진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KEB하나은행은 산하에 대북 금융사업 준비를 전담할 별도 태스크포스팀(TFT)인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이하 준비단) 신설해 남북 경제협력과 금융지원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북한 정치·경제·사회를 연구하고 은행과 지주 차원의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북미관계 변화, 정부정책 방향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대북 금융사업을 추진하고 지원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여신·외국환 지원과 문화·예술·체육 등 남북 교류협력 지원, 남북 경제금융 세미나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철도·발전·광산·공단 등 인프라 사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와 함께 대북 투자상품 개발, 북한지역 채널 설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도 중국 하나은행과 지린(吉林)은행, 옌볜(延邊)대학 등과 협업하며 대북 금융사업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별도로 은행 차원의 실무 과제를 발굴·추진하는 실무협의회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는 지난달 1명을 신규 채용해 3명의 북한 관련 전문 연구원을 두고 있다.

지난 2004년 개성공단 지점을 개설해 2016년까지 운영했던 우리은행도 지난 5월부터 남북 금융협력 TF팀 신설해 운영 중이다. TF에서는 개성지점 재입점에 대비해 입주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계획 수립 및 개성공단 입주 기업 및 주재 직원 대상 금융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개성공단에 영업점 시설이 그대로 있어 입점하게 되면 곧바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향후 남북경협 확대 시 SOC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으로 북한 내 철도, 항만, 시설물 등 주요 개발, 건설 사업에 대한 금융자문과 신디케이트론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 예정이다.

아울러 민간교류 확대에도 대비하여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관광사업이 추진될 경우 환전소 개설 및 이동점포도 운영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내 사회공헌활동 위해 노후학교와 의료시설 개선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 금강산지점을 개설해 금강산 관광객들에 대한 환전 서비스 등을 진행했던 NH농협은행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함께 범농협 차원에서 남북경협을 준비 중이다. 미래경제연구소 내에 북한 관련 연구파트를 마련해 금융 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도 향후 북한 SOC 사업에 대비해 북한 전문가 채용 공고를 냈다.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 산하 북한금융연구센터에서도 북한 전문인력 확충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지주 및 계열사 전략담당부서가 참여하는 TF팀에 참여 중인 국민은행은 SOC 투자 관련 CoP(실무자급으로 구성되는 자발적 연구조직)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남북경협 진행시 관련 사업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할 '남북경협금융 Lab'을 만들었다. 남북경협금융 Lab에서는 경협 사업 관련 기관 네트워크 구축·북한 경제 및 금융 상황에 대한 연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2006년 시작된 통일 이후 북한 관련 금융관련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자발적 학습·실천 조직 '북한연구회 CoP'에서는 동북3성 조선족 어린이 도서관 설립 지원, 북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 등을 시행 중이다. '북한연구회 COP'에서는 향후 조선족 어린이 도서관 설립 지원 지속, 금강산 수목 표찰 부착 사업, 금강산 지역에 '통일기원 버스' 운행 등의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이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시장을 확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남북 경협은 매우 큰 호재"라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 스포츠 교류를 통한 '선점효과'는?

이같은 시중 은행들의 남북경협 준비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스포츠다. 시중은행들이 아마추어 유망주 등은 물론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최근 '핫이슈'인 스포츠 남북교류를 통해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탁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신한은행은 최근 결성된 남북단일팀이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덩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 타이틀스폰서로 유니폼에 '신한 로고'가 노출되는 등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총 6억5000만원을 탁구대표팀에 후원할 예정이다.

다음달 10일부터 19일까지 평양에서 개최 예정인 국제 유소년축구 대회는 거물급 금융지주 수장의 방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KEB하나은행, 혹은 KB국민은행이 후원사로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스폰서로 초청된 양 사의 수장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문화교류'가 '경제협력'으로 확대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양 금융지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받아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로, 20년간 축구 대표팀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경평 축구' 등이 부활할 경우에도 적극적인 후원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음달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을 추진 중인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KB국민은행에서 2020년까지 국가대표 농구팀을 후원하는 KB국민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 농구의 경우, 민간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서 참여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해 무드 조성에 밀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이달 초 북한에 다녀온 여자농구 선수들이 남북단일팀에 대해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면서, "과거 1970년대 미·중 핑퐁외교처럼 스포츠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