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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퇴장'조현우 대신..." 대구MF 류재문의 골키퍼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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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1 19라운드 울산-대구전 후반 39분, 보기 드문 진풍경이 연출됐다.

러시아월드컵 영웅, 대구의 수문장 조현우가 돌연 레드카드를 받아들었다. 울산의 역습 찬스, 질풍같은 속도로 문전 쇄도하는 주니오를 막기 위해 조현우는 페널티박스 밖으로 뛰어나왔다. 주니오 저지에는 성공했지만, 주니오가 차올린 볼이 불운하게도 조현우의 왼손에 맞았다. 주심은 핸드볼 파울을 선언함과 동시에 즉시 퇴장을 명했다. 0-1로 뒤진 상황, 10대11의 수적 열세, 이미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써버린 대구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안드레 감독이 미드필더 류재문을 다급하게 벤치로 호출했다. 류재문이 급히 붉은색 상의를 갈아입고 골키퍼 장갑을 끼더니 골대 앞으로 달려갔다.

곧바로 이어진 울산의 프리킥을 류재문은 온몸으로 막아섰다. '슈퍼세이브'였다. 그러나 후반 6분의 추가시간은 영겁처럼 길었다. 가슴으로 받아낼 뻔한 황일수의 강력한 슈팅이 아쉽게도 옆으로 흐르고 말았다. 주니오가 달려들며 쐐기골을 밀어넣었다.

10대11, '골키퍼' 류재문을 지키기 위해, 대구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몸을 던졌다. 종료 휘슬과 함께, 모든 것을 쏟아낸 흰색 유니폼의 대구 선수들이 동시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경기 후 '필드플레이어 골키퍼' 류재문의 오른쪽 눈가는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류재문은 "감독님이 골키퍼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고, 팀을 위해 하겠다고 했다"고 골키퍼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때 동네 골키퍼를 해본 적은 있지만, 선수로는 한번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첫번째 프리킥 선방 상황에 대해 류재문은 "코치님들이 가운데 있으라고 지시하셨다. 조세가 왼쪽으로 오는 바람에 살짝 오른쪽으로 움직였는데 공이 마침 그쪽으로 왔다"고 했다. 추가시간 실점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다 잡은 볼을 놓쳤다. 류재문은 "실수로 볼을 놓쳐서 아쉽다. 실점을 하면서 (조)현우형의 부담감을 알 것 같았다"고 했다.

1993년생 미드필더 류재문은 U리그 영남대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김병수 감독의 지도 아래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2015년 드래프트를 통해 K리그 대구 유니폼을 입은 이후 4년째 대구의 중원을 굳건히 지켜온 선수다. 첫시즌인 2015년 K리그 챌린지에서 36경기 6골3도움을 기록했고, 2016년 5경기에 나섰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승격 후 23경기에서 1골3도움을 기록했고, 올시즌 K리그1에선 5경기에 나섰다.

팀이 패배한 상황에서, 미드필더가 아닌 깜짝 골키퍼 등판으로 주목받는 상황이 결코 유쾌할 리 없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감독이 믿고 선택한 류재문이 궂은 임무를 혼신의 힘을 다해 견뎌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류재문은 "선수들이 힘든 과정 속에 오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에 감사한다. 준비를 잘해서 다음 경기는 꼭 이기고 싶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제1골키퍼 조현우가 뛰지 못하는 20라운드, '1강' 전북과의 홈경기에도 당당하게 맞설 작정이다. "우리는 한 팀으로 똘똘 뭉칠 것이다. 전북전은 준비를 잘해서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