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성고와 포항제철고. 제73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 진출한 두 팀 모두 지방팀이다. 지난 2011년 천안북일고와 대구상원고가 결승전을 벌인 이후 7년 만의 비수도권팀 간의 결승전이다. 2011년 대회 이후 서울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덕수고가 지난 2016년까지 4차례 결승에 올라 4번 모두 우승했다. 서울고와 배명고, 성남고 등 서울팀들이 꾸준히 결승전에 올랐다.
최근 서울팀들의 탄탄한 전력을 감안하면 올해 비서울권팀들의 약진이 놀랍다. 지난 5월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때도 대구고와 광주제일고가 맞붙었다. 광주제일고가 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마야구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점점 심해진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서울 지역 학교로 전학가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재능있는 선수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고교 야구팀은 학생수가 많으면 50~70명에 달하는데, 지방의 몇몇 학교는 1~3학년을 통틀어 10~17명에 그친다. 또 팀 수준이나 전력도 서울권 팀이 높다.
하지만 전국 대회에서는 비수도권 학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번 청룡기에서도 8강 진출팀(장충고 신일고 야탑고 광주동성고 마산용마고 경남고 포항제철고 청주세광고) 중 장충고와 신일고만 서울 학교다. 야탑고까지 포함해도 수도권팀은 3곳 뿐이다.
그 이유를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투구수 제한 규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올해부터 아마추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초등부/중학부/고교부로 나눠 투구수 제한 규정을 두고있다. 고교야구의 경우 1일 최다 투구수가 종전 130개에서 105개로 줄었고, 투구수에 따라 의무 휴식일이 정해졌다. 다음날 연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30개 미만으로 던져야 하고, 31~45개는 하루 휴식, 46~60개는 2일 휴식, 61~75개는 3일 휴식, 76개 이상을 던졌을 때는 4일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주말리그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청룡기처럼 일정이 타이트한 전국 대회는 사정이 다르다. 대진운에 따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강팀이라 하더라도 일단 다음 라운드 진출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에이스' 투수들을 빨리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준결승, 결승에 진출해서는 정작 1~2선발급 투수들의 휴식일이 채워지지 않아 쓸 수 없는 경우가 나온다. 이번 청룡기 결승에 진출한 동성고도 '에이스' 김기훈이 22일 열린 장충고와의 준결승에 등판해 8⅓이닝 동안 105구 2실점을 기록했다. 의무 휴식일 규정에 따라 결승전에 등판할 수 없었다. 포항제철고 역시 페이스가 가장 좋은 이형빈이 21일 세광고와의 8강전에서 103구를 던져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비수도권팀 강세가 오로지 투구수 제한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른 요소도 분명히 작용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투구수 제한에 대해 현장에선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단점이 있지만 아마추어 선수 보호라는 목표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행 첫해인 올해 결과를 지켜봐야 확실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