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에 1차 지명된 광주 동성고 에이스 김기훈이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호쾌한 투런 홈런으로 날려버렸다. 투타에 걸친 에이스의 위용을 제대로 발휘했다.
김기훈은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3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포항제철고를 상대로 2-0으로 앞선 3회초 공격 때 2점 홈런을 쳤다.
이날 김기훈은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원래 주 포지션인 투수로는 경기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아마추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시행한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고교야구 선수의 1일 최다 투구수는 종전 130개에서 105개로 줄었고, 투구수에 따라 의무적으로 (투수)휴식일이 정해진다. 투구수가 30개 미만이어야 다음날 연투가 가능하다. 31~45개는 하루 휴식, 46~60개는 2일 휴식, 61~75개는 3일 휴식, 76개 이상을 던졌을 때는 4일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김기훈은 전날 열린 장충고와의 준결승전에 나와 8⅓동안 2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105구를 던져 이날 결승전에는 투수로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동성고 김재덕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앞둔 김 감독은 "비록 (김)기훈이가 못 던지지만, 다른 좋은 투수들이 많다. 그리고 김기훈은 타격으로도 좋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결승전에서는 '투수 김기훈'이 아닌'타자 김기훈'의 위력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이런 김 감독의 예측은 정확했다. 김기훈은 이날 타격으로 맹위를 떨쳤다. 1회초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날려 선취 득점을 올리더니 3회초에는 포철고 선발 최예한을 상대로 호쾌한 우월 투런포를 가동해 스코어를 4-0으로 벌려놨다. 투수 뿐만이 아니라 타자로서의 재능도 뛰어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장면이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