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은 운명이 또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3전4기 끝에 넥센 히어로즈 에릭 해커가 드디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런데 하필 그 상대가 지난 5년간 해커가 몸담았던 친정팀 NC 다이노스였다. 한때 동료이자 전우, 심지어 가족 같던 사이지만 운명은 얄게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해커는 22일 창원 NC전에서 6⅓이닝 동안 7안타로 3실점하며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하면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투구수는 딱 100개였다. 팀 타선이 경기 후반 해커를 도와줬다. 2-2로 맞선 7회초 2사 1, 2루에서 박병호가 역전 결승타를 날렸다. 이어 고종욱의 내야 땅볼 때 NC 수비실책으로 1점을 보탰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해커는 1사 2루에서 대타 최준석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4-3을 만든 상황에서 결국 오주원과 교체돼 내려갔다.
최근 계속 부진했던 넥센 불펜은 이날 만큼은 강력한 필승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오주원이 이원재와 스크럭스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내줬다. 이어 8회에도 마운드를 무실점으로 지켰다. 그리고 9회에는 박병호가 해커의 승리 확률을 더욱 크게 만들어줬다.
4-3의 불안한 리드에서 시작된 9회초 공격. 2사 1루 때 타석에 나온 박병호는 NC 네 번째 투수 윤수호를 상대로 좌중월 투런 홈런을 날리며 이날 3타점째를 기록했다. 최근 계속된 부진을 씻어내며 완전한 해커의 승리 도우미 역할을 해낸 셈이다. 4번 타자의 결정적인 홈런 포로 인해 해커의 승리 확률은 99%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1%를 채워준 것은 마무리 김상수였다. 김상수는 9회말에 등판해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이닝을 마치고 시즌 9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이날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첫 승을 달성한 해커는 "오늘 팀이 승리하면서 주말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복귀하고 거둔 첫 승도 기쁘지만 팀이 승리했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야수들 수비 도움과 타선에서 득점 지원이 컸고, 포수의 볼 배합도 훌륭했다. 중간중간 전략을 수정해 가면서 피칭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특히 해커는 친청팀 NC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점에 관해 "공교롭게도 NC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는데, 이는 하늘이 정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등판에도 잘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