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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팬들 퇴진요구 항의집회...당연한 권리인가, 월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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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야구장 내 플래카드로 시작됐던 NC 다이노스 팬들의 항의가 구단 임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로 발전했다.

김경문 전 감독이 경질된 후 NC 팬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당신이 만든 달그림자는 그라운드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등의 문구를 플래카드로 제작해 입구에서 조그마한 시위를 벌였다. 이 정도 수위라면 김 전 감독의 경질을 아쉬워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NC가 지난 13일 전준호 작전 주루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자 팬들이 본격적인 반대 행동에 나서게 됐다. 이들은 황순현 대표이사, 김종문 단장대행, 배석현 경영본부장, 박보현 운영팀장 등을 '4적'이라고 규정하고 퇴진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김 전 감독의 경질이나 전준호 코치의 2군행이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이 구단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나 선수단 인사에 관여하려는 행위가 정당한가는 또 다른 문제다. '팬으로서 맹목적으로 좋아해야하는 것이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능한가는 고민해볼 문제다. 월권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LG 트윈스 팬들은 양상문 신임 단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팀에서 9년 동안 뛴 정성훈의 방출과 손주인의 보호선수 40명 제외가 발단이 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리빌딩'을 내세우며 베테랑 선수드의 방출이 잦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팀이 시즌 초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을 무안케 했다.

두산 베어스도 더스틴 니퍼트 재계약와 김현수 영입을 주장하며 팬들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니퍼트와의 재계약도, 김현수의 영입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도 두산은 최근까지 역대급 승률로 정규리그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적이 좋으니 니퍼트나 김현수에 대한 말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팬 없이 프로구단은 없다. 팬들이 응원 혹은 질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감독을 누가 할 것인지' '코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정하는 것은 구단 프런트 혹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팬들의 요구대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가 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현재 NC의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어찌됐든 구단 프런트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 퇴진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부터 '왈가왈부'하는 것은 선수단의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과를 보고 퇴진을 주장해도 늦지는 않다는 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