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2018 KBO리그 올스타전 행사가 열렸다. 첫날에는 퓨처스 선수들의 팬 사인회와 올스타전 경기 그리고 1군 올스타들의 홈런 레이스 예선 등이 펼쳐졌고, 이튿날에는 홈런 레이스 결승과 팬 사인회, 올스타전 본 경기가 열렸다.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폭염 경보 속에서도 올스타전이 열린 14일에는 문수구장 1만1500석의 관중석이 모두 매진될만큼 관심을 모았다. 홈런레이스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우승을 차지했고, MVP는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의 몫이었다.
우리나라 최고 흥행 프로스포츠답게, 올스타전 덩치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기존의 홈런 레이스 뿐만 아니라 '퍼펙트 피처', '퍼펙트 히터' 같은 상금을 건 새로운 이벤트들도 생겨났고, 행사 진행 순서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내년부터는 올스타전 출전 선수 엔트리를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팬 투표+선수단 투표로 선정되는 '베스트12' 외에도 감독 추천 등으로 참가하는 선수 숫자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덩치는 커지는데, 올스타전에 대한 팬들의 흥미 자체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올스타전은 재미가 없다'는 팬들의 평가는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KBO의 올스타전 본 경기는 이벤트성에 가깝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도, 보는 팬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래 올스타전의 취지가 각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모여 한팀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지만, KBO리그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전력 투구, 전력 질주를 볼 수 있다. 2016년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가 지나친 과열 양상으로 폐지됐지만, 치열한 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출전 수당, 승리 수당 등 부상도 화끈하고,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내려온 올스타전에 대한 인식 자체가 한국과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스타 플레이어들 사이의 신경전과 자존심 경쟁이 엄청나다.
굳이 미국 NBA나 메이저리그와 비교할 필요 없이 선수층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층이나 나흘 가량에 불과한 올스타 휴식기 등 여러 장애물이 있다. 물론 내년부터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올스타 브레이크가 일주일로 늘어난다.
올스타전 경기 자체가 정규 시즌 못지 않게 치열하길 바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경기 외 이벤트가 조금 더 내실있어지는 것은 어떨까. 현재 올스타전 이벤트는 상징성이 큰 홈런레이스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재미 요소가 없다. 선수들이 공을 던져 방망이를 쓰러트리는 '퍼펙트 피쳐'나 배트를 휘둘러 과녁으로 공을 보내는 '퍼펙트 히터' 등은 사실 관심도가 크지 않다. 올해 울산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관중들의 가장 큰 박수가 터져나왔던 순간은 KBO가 특별 초청한 울산공고 투수 최용준이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에서 '퍼펙트 피쳐'에 도전했던 때다. 내용 자체는 큰 흥미를 끌기가 어렵다. 이벤트와 관중들이 겉돈다는 느낌을 벗어나기 힘들다.
경기 내용 자체가 흥미로울 수 없다면, 팬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된다. 현재 올스타전 이벤트 중 팬과 선수가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은 경기전 팬 사인회 뿐이다. 사인회도 선착순, 조별로 나눠 짧은 시간에만 이뤄진다. 직접 경기장을 찾은 팬들 입장에서는 특징 없는 이벤트들과 힘이 빠져있는 경기만 보다가 돌아간다는 생각만 남을 수도 있다. 그만큼 최고의 스타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참가하는 '별들의 잔치'에서 정작 팬들이 추억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총재, 사무총장 등 수뇌부가 교체된 KBO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있다. 밋밋한 올스타전에 대한 고민도 반영될 수 있을까. 내년 창원 신 구장에서 열릴 올스타전은 '재미없다'는 평가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