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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 투수 데뷔' 강백호 "이 악물고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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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고 던졌다."

2018 프로야구 올스타전 최고 볼거리 중 하나는 바로 KT 위즈의 '괴물신인' 강백호였다. 전반기 16홈런을 친 괴력이 아니라, 평소 볼 수 없었던 투수 강백호의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였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6회초 드림올스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고교시절까지는 투-타 겸업을 했었다. 방망이도 잘쳤지만 150km의 강속구도 뿌렸다. 강백호가 타자를 할 지, 투수를 할 지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었고, 결국 구단과 선수의 선택은 타자였다. KT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의 투-타 겸업에 대해 "시즌 막판 이벤트 정도"라고 말하며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같은 겸업은 없을 거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투수 강백호에 대한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을 때, 올스타전이라는 좋은 무대가 생겼다. 강백호가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에 뽑히면서,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150km 강속구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 이 강속구를 던졌다. 그리고 오지환(LG) 이용규(한화)라는 강타자 2명을 상대로 모두 삼진을 잡았다. 오지환을 상대로는 생각지도 못한 변화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고, 컨택트 능력이 좋은 이용규는 강백호의 몸쪽 빠른 강속구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 구위, 구속 뿐 아니라 폼도 안정적이었다. 부드러운 폼에서 공을 끌고 나오는 게 영락없는 전문 투수 같았다.

그렇다면 프로에 와 처음으로 공을 던진 강백호의 소감은 어땠을까. 강백호는 "1년 만에 마운드에 섰다. 경기 전 감독님들께서 등판 의사를 물어보셔서 조금씩 몸을 풀었다. 마운드에서도 긴장이 됐는데, 사실은 나가기 전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더 많이 떨렸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용규 선배님을 상대할 때는 풀카운트에서 맞아도 되니까 한 번 붙어보자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며 "이벤트 경기지만, 많은 분들 앞에서 잘 못던지면 내 자신이 투수를 포기하길 잘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할까봐 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던졌다"고 밝혔다.

강백호의 이런 반응, 투수에도 욕심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강백호는 이에 대해 "그냥 선수로서 승부욕인 것 같다. 아직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만약,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느낀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설명하며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선배님들께서 그렇게 안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인으로 처음 밟아본 올스타전 무대에 대해 강백호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아쉽다. 눈 깜짝할 새 경기가 끝났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선배님들과 같이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올스타전을 계기로 라커룸도 같이 쓰고, 밥도 같이 먹고 가까워질 수 있어 신기했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잘 챙겨주셨다"고 하며 "올해 올스타전을 뛰며 내년, 내후년에도 꼭 올스타로 참가하고 싶다는 새 목표가 생겼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 덕에 나도 힘이 났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