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토일극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가 확실한 존재감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태리는 '미스터션샤인'에서 조선 최고 명문가의 영애 고애신 역을 맡았다. 고애신은 조부 몰래 한성순보와 독립신문을 읽으며 조국을 위해 뜻을 품은 뒤 총포술을 익히며 열강 사이에서 무너져 가는 조선을 지키고자 한다. 김태리는 그런 고애신은 때로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때로는 날선 카리스마로 묵직하게 그려나가며 방송 두 회만에 시청자를 설득했다.
9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방송에서는 고애신과 유진 초이(이병헌)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임무를 받은 고애신은 표적을 확보, 처단하려 했다. 그러나 자신이 아닌 유진이 쏜 총에 표적이 쓰러졌고, 애신은 임무 완수를 위해 낭인들까지 처리한 뒤 자리를 떴다.
누군가의 발고로 미공사관에 조사받으러 간 고애신은 또 한번 유진을 마주쳤다. 둘만 있는 공간에서 유진은 고애신의 하관을 가리며 복면 여인을 떠올렸고, 고애신 또한 유진의 하관을 가리며 시선을 주고 받았다.
이 장면은 고애신과 유진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묘한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중요한 신이었다. 대사 없이 제스처와 눈빛 만으로 상대를 탐색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운 신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리는 깊은 눈빛 연기로 고애신의 당돌한 면모를 드러내며 묘한 기류를 형성,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특히 상대 역이 '눈빛 연기의 대가' 이병헌이었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여유있는 연기로 시선을 장악했다.
김태리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 역으로 데뷔, 데뷔와 동시에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며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87' '리틀 포레스트'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충무로의 샛별'로 군림했다. 그런 그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처음 드라마에 도전하게 됐을 때 팬들의 기대가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상대역인 이병헌과의 나이차가 스무살이나 나는 바람에 케미에 대한 우려가 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태리는 당차고 열정 가득한 고애신에 완벽 빙의, 강단있는 연기로 기존 김은숙 작가표 여주인공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병헌과의 케미 또한 기대 이상이다. 유진과 고애신이 앞으로 전우애를 넘어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과정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신경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감성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이병헌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갖춰야 하는데 이미 김태리는 이 지점에서 아주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앞으로 김태리가 또 어떤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낼지, 고애신으로서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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