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에는 남은 상처와 흘린 피가 너무 크다. 이렇게까지 갈 경기였는지 진지하게 반성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반성의 핵심은 바로 최근 급격히 흔들리는 마무리 투수 김상수를 과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넥센은 지난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간신히 7대6으로 이겼다. 어쨌든 이겼으니 최소한의 소득은 있었다. 하지만 데미지도 적지 않다. 선발 한현희를 빼고 이 경기에만 무려 7명의 불펜투수들이 투입됐다. 다른 야수들의 체력 소모도 매우 컸다. 우천 취소 확률이 0%인 홈경기가 주말까지 이어지는데 선수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경기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렇게 길고 복잡한 혼전으로 갈 경기가 아니었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무탈하게 끝날 수도 있던 경기였다. 선발 한현희가 올 시즌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7이닝 동안 겨우 86구만 던지며 무실점했다. 타선도 3점을 뽑아줘 7회까지 3-0으로 앞선 경기였다. 투구수가 많지 않은 한현희를 1이닝 정도 더 끌고갈 법도 했지만, 넥센 장정석 감독은 교체를 택했다. 한현희에게 휴식을 주는 동시에 필승조에게 2이닝을 막게 하겠다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필승조의 위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도 김성민-양 현-이보근이 1실점으로 8회는 막아줬다. 여전히 3-1의 리드. 마무리 김상수만 제 역할을 했다면 평범한 홈 승리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상수가 ⅓만에 4실점으로 무너졌다. 볼넷-안타-희생플라이로 1실점하더니 다시 볼넷에 이어 1사 1, 3루에서 SK 로맥에게 덜컥 역전 스리런 홈런까지 맞았다. 마무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SK 불펜도 크게 나을 것 없었다. 결국은 넥센이 마지막에 웃었다.
김상수의 등판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2점차의 9회에 마무리가 올라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김상수가 이 임무를 소화하지 못했다. 이걸 가지고 김상수만 비난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기량이 못 미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록에서 김상수의 난조가 확인된다. 그는 지난 6월24일부터 이날 SK전까지 11일간 5경기에 나왔는데, 평균자책점이 무려 16.20이나 됐다. 2세이브가 있지만, 너무나 불안한 성과다.
결국 이런 상태라면 김상수 마무리 카드는 당분간 꺼내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 넥센 불펜에 김상수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점이다. 넥센 벤치로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원인을 따지자면 조상우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인해 벌어진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렇게 불안한 뒷문이라면 결코 순위싸움에서 웃을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