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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만 스타일 관리야구, 후반기 판도 뒤집을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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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다 못해, 청진기까지 대어보고 나서야 건넌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선수단 운용 행보를 약간 꾸며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상당히 신중해서 어떨 때는 답답해 보이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당장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게 모두 힐만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는 정황 증거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한때 4위까지 내려 앉았던 SK 와이번스가 다시 상승 기류를 타면서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SK는 지난 3일 고척 넥센전 승리로 최근 4연승을 거두며 4위 LG 트윈스와의 격차를 벌렸다. 2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도 2경기로 좁혔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선수들이 체력적인 건강함을 발판 삼아 하나 둘씩 제 기량을 되찾은 덕분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런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힐만 감독의 본격적인 승부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힐만 감독은 아직까지는 승부처가 아니라고 여기는 듯 하다. 그는 3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시즌 운용 전략에 관한 진의를 드러냈다. 힐만 감독은 "전반기에 우천 취소 등으로 인해 4~5선발까지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그 덕분에 아마 아시안게임 이후부터 본격적인 피치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힐만 감독의 진짜 전략이 담겨있다. SK가 전반기 내내 아끼고 아낀 전력을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시즌 막판에 전부 쏟아 붓겠다는 복안이다.

5일로 예정된 김광현의 1군 콜업과 관련해 팀의 시즌 전반기 운영에 대한 평가 의견이었다. 실제로 SK는 8개 구단 중 두 번째로 적은 78경기를 치렀다. 이는 곧 시즌 막판에 재편성 될 경기가 많다는 뜻이다. 막판 순위 싸움이 긴박하게 펼쳐질 때는 잔여경기가 많은 팀이 유리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승부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선수들의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전제 조건을 SK는 충족시킬 수 있다. 힐만 스타일로 선수들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팀이 상징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이다. 개막 이후 일정한 패턴으로 가동과 휴식 스케줄을 소화하게 했다. 개막 이후 선발 6경기에 등판한 김광현은 4월28일 1군에서 제외돼 15일간 휴식을 취했다. 이어 5월13일자로 다시 1군에 복귀해 또 한 달 여간 선발 6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다시 6월13일자로 1군에서 다시 제외됐다. 5일에 1군 등록 예정이니 이번에는 23일을 쉬고 나오는 셈이다. 6월12일 KIA전 이후 약간의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이전보다 1주일 정도 더 쉬게 했다. 12번의 등판에서 단 한 번도 100구를 넘게 하지 않았다. 철저한 관리의 표본과도 같다.

비단 김광현만 이런 건 아니다. 산체스나 켈리도 체력 비축과 관리를 위해 1군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이런 관리는 선발진에 집중됐는데, 이는 결국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는 선발이 강한 팀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힐만 감독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힐만 스타일의 '관리 야구'가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