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이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과 브라질의 친선경기를 봤다. 대단히 인상적인 경기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이 빌드업과 압박이었다. 빌드업의 과정은 대단히 정교하고, 빨랐고, 압박은 강도가 더 세졌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은 이 두 가지가 키워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강팀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다. 특히 빌드업과 압박이 기대보다 별로다. 우승후보들이 중도 탈락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시 기대했던 팀은 독일,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였다. 이 네 팀은 기술과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압도해야 하는 팀이다. 하지만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보인다. 좋은 팀들은 좋은 축구를 하는게 우선이다. 이기는 축구는 두번째다. 좋은 축구를 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축구의 시작은 빌드업이다. 빌드업를 강조하는 것은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골키퍼까지 빌드업에 가세할 정도다.
수비 전술이 워낙 좋아지면서, 수비에도 마크가 들어간다. 골키퍼까지 활용해야 공격시 수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상대 수비가 골키퍼까지 압박이 들어가면, 이제 그때 미들 지역에서 공간이 생긴다. 이 단계가 올라가면서 공격 지역까지 기회가 생기는 게 현대축구다. 결국 상대의 완성된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 부분을 잘 하는 팀이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는 눈에 띄는 빌드업 패턴이 보이지 않고, 스페인은 너무 정형화됐다. 독일은 빌드업을 하려고 했는데 안됐다. 독일의 조기 탈락 원인 중 하나다. 컨디션일수도 있지만, 완급조절이나 속도 면에서 아쉬웠다. 강팀들이 빌드업이 되지 않다보니 수비가 되는 팀에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번 대회에서 이런 빌드업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은 탈락한 모로코였다. 모로코는 공수에 있어서 짜임새가 있었다. 마무리만 잘됐다면 더 잘할 수 있는 팀이었다. 독일과의 1차전에서 이길 당시 멕시코도 좋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컨디션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템포를 늦추면서 스스로 경기력을 떨어뜨려 버렸다.
압박도 다소 약했다. 당초 생각했던 압박의 강도가 10 정도라면 지금은 7~8도 되지 않는다. 사실 이전까지 압박이라하면 주로 미들 지역에서 상대를 밀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상대 박스까지 올라간다. 나는 그보다 더 진화해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올라갈 줄 알았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헤비메탈 축구가 강팀의 답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 강도가 약했다. 아마도 체력적인 부분이 클 것 같은데, 결국 압박을 제대로 못한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은 모두 짐을 싸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약팀을 상대하는 강팀들의 대응 전략이 조금 아쉽다.
포항 스틸러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