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그때보다는 많이 좋아졌죠."
후반기 출격 준비를 마친 FC서울의 미드필더 송진형(31). '몸이 어떠냐'는 말에 그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꼭 1년 만이었다. 송진형은 지난해 7월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 몰두했다. 부상 부위 특성상 복귀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믿음은 배신하지 않았다. 송진형은 부상을 훌훌 털고 출격 대기 중이다.
2016년 11월, 아킬레스건을 부상한 송진형은 수술과 재활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답답했다. '괜찮아 지겠지' '괜찮아 질거야'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무정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그렇게 흘려보낸 1년 6개월. 물리적으로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더욱 길게 느껴졌다. 더욱이 송진형은 프로 입문 뒤 큰 부상 없이 앞만 보고 달린 터였다. K리그는 물론이고 호주, 유럽 무대에서도 줄곧 주전으로 활약했다.
"감사하게도 큰 부상 없이 뛰었어요. 그런데 다치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뛰고 싶은데, 몸 상태가 안 좋았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왔다갔다' 했어요. 어떤 날은 엄청 좋아서 '됐다' 싶었죠. 그런데 2~3일 뒤에는 통증이 느껴져서 '아···' 한탄했거든요. 앞으로도 이렇게 통증을 안고 운동을 해야 하나 싶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몸도 안 좋고, 경기도 못 뛰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힘들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경기에 뛸 몸 상태가 돼 있지 않으니 마음을 편하게 먹었어요.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마음이었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모든 것이 제게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부상 없이 뛰다 보니 주변 선수들이 다쳤을 때 크게 공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가 다쳐서 재활 하다보니 주위 선수들도 보이더라고요. '아, 힘들었겠구나.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구나' 하고요. 뒤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게 준비하는지, 경기에 나가고 싶어하는지도 알게 됐고요. 그동안 잘 챙기지 못 했던 게 눈에 들어왔어요."
재활의 시간은 길고도 힘들었다. 하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다. 비로소 보게 된 것도 있고, 그라운드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도 깨닫게 됐다.
"얼마 전에 R리그를 뛰었어요. 주니어 시절 이후로 거의 10년 만에 처음 뛰었죠. K리그1 경기는 아니었지만, 공식 경기에 나서니 정말 좋더라고요. 사실 프로에 입문한 뒤 10년 넘게 이 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진 게 있었어요. 하지만 매사 더욱 긴장감을 갖고 노력하려고 해요. 선후배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요."
재활의 터널을 뚫고 나온 송진형은 후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1년 전에는 재활에만 몰두했고, 6개월 전에는 조금씩 훈련을 했어요. 이제는 경기를 뛰기 위해 관리하고 있고요. 조금씩 나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죠. 게다가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면 어색해서 버벅거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그러나 다른 누구보다 더 빨리 그라운드에 나가서 예열하며 기다리고 있어요. 많이 쉬었으니까요. 전반기에는 팀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후반기에는 쭉쭉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어요."
송진형은 월드컵 휴식기 동안 천안에서 진행한 하계 전지훈련에 참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러나 송진형의 여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라운드를 향한 열정이 여름 햇살 만큼이나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