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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일만의 선발 복귀, 해커는 과거의 위력을 재현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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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무려 277일 만의 선발 재출격이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리그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가 3일 고척 SK전에 첫 출격한다.

과연 얼마나 베스트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관건은 긴 공백의 시간을 해커가 어떻게 보냈느냐에 달려 있다.

해커를 대체 선수로 영입한 이후 마운드에 올리기까지 넥센의 움직임은 상당히 빠르고 정확했다. 그만큼 팀이 처한 상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입국 이후 라이브 피칭-비자 발급-1군 합류-불펜 피칭-선발 등판 결정이 물 흐르듯 이뤄졌다. 해커를 로테이션에 하루 빨리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팀의 바람대로 해커가 NC다이노스 소속일 때처럼만 던져준다면 넥센은 후반기에 본격적인 상위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까지 해커는 NC에서 5년간 56승(34패)을 거둔 확실한 선발 투수였다. 앞으로 12~13번 정도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6승 이상만 해주면 대박이다. 단순히 승수 뿐만이 아니라 등판 간격과 이닝을 꾸준히 책임져주는 것도 팀으로서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해커가 이러한 팀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당장 한 두 번의 라이브 피칭이나 불펜 피칭으로는 선수의 상태와 기량을 100%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당 100구 이상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 스태미너가 준비돼 있는 지가 핵심이다.

NC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해커는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논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프링캠프에 준하는 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연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재입성과 NPB 진출, KBO 복귀 등 여러 시나리오를 열어놓고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시즌 준비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커가 '개인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도, 본격적인 팀 단위의 캠프 훈련과는 양과 질에서 비할 수 없다. 특히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쌓이는 팀워크의 비중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해커가 새 팀에서 100% 예전의 모습을 재현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차이는 경기 중반 이후, 그리고 누적 등판이 늘어날 때 두드러질 듯 하다.

만약 해커가 실력으로 이런 우려를 모두 불식시킨다면 넥센은 엄청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에이스가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종전의 선발진과 보태 막강한 선발 라인업이 다시 가동되고, 이는 불펜의 안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해커 역시 내년 시즌 재계약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과연 해커는 다시 예전의 위력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