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4년차 박채윤(24)이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생애 첫승을 달성했다. 무려 105번째 대회 만에 오른 감격의 정상이었다.
박채윤은 1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클럽(파72·6364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한진선(21), 김혜진(22), 조정민(24)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른 박채윤은 4명이 치른 연장 첫번 째 홀에서 '나 홀로' 버디를 잡으며 첫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깜짝 역전 우승이었다. 대회 전부터 우승하는 순간까지 박채윤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대회 전 포커스는 최혜진(19)이었다. 지난해 우승자이자 직전 비씨카드 대회 우승자. 2년 연속 우승과 2주 연속 우승 가능성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1인자 오지현(22) 추월 여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작 우승경쟁은 다른 신인들, 한진선(21)과 김혜진3(22)의 몫이었다. 김혜진은 이번 대회 최고 화제를 모은 선수였다. 첫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담아 8언더파 64타 공동 선두에 올랐고, 둘째 날 버디 7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타를 더 줄여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를 기록,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며 1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날, 2타를 줄이며 연장승부를 펼쳤다.
공동 2위로 출발한 한진선은 1~3홀 출발부터 연속 버디 3개를 잡으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후반 11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14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무보기 행진을 펼치며 생애 첫 우승을 눈 앞에 뒀던 한진선은 마지막 18번 홀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보기를 범하며 연장승부를 허용했다.
두 신인을 위협하는 선수는 조정민과 박채윤이었다. 칸타타오픈 54홀 최소타(23언더파 193타) 우승자 조정민은 이날 3타를 줄이며 기어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박채윤은 가장 불리한 입장이었다. 16번홀까지 선두에 3타 뒤져있었다. 하지만 매서운 뒷심을 발휘해 17,18번 홀 연속 버디로 연장 승부에 합류했다.
엄청난 폭우로 중단된 뒤 재개된 연장승부. 직전 18번홀 그린 위치에 서드샷을 올린 박채윤은 다시 한번 까다로운 훅라이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조정민, 한진선이 잇달아 버디퍼트에 실패하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박채윤은 이번 대회 1∼3라운드와 연장에서 모두 18번 홀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그야말로 '행운의 18번 홀'이었다.
경기 후 박채윤은 경기를 마친 뒤 "처음 우승이라 그런지 실감이 안 난다. 비오는 날 우승해 제 실력으로 한 것 같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성적이 좋지 못해 올해도 시드만 유지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시즌 중반부터 감이 좋아서 언젠가 우승 한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감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19)은 5언더파 211타로 공동 30위를 기록했고,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인 오지현(22)은 컷 탈락했다. 오지현은 한국여자오픈 우승 이후 2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으로 우승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