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한 이모(35)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빠져있다. 몇 주 전 다이어트를 위해 등록한 요가수업에서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찔끔'하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마음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이씨는 될 수 있는 대로 외출을 삼가고, 운동마저 그만둔 상황이다.
중년기 여성의 약 45%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국민질환이 '요실금'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는 요실금 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환자가 부끄럽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불편함보다 생리현상을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드는 자괴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드러내서 말하지 않는 질환 요실금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알아본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유한킴벌리디펜드가 전국 50~60대 중장년층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42%가 '요실금'을 부끄러운 증상으로 인식하며, 55%가 가족이나 배우자에게도 증상을 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요실금이란 소변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소변이 흘러나오는 현상으로, 재채기를 하거나, 심하게 웃거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소변이 흘러나오는 질병이다. 출산 이후의 40~50대 폐경기 여성이 환자의 다수를 차지한다. 신경질환 환자, 노년층도 요실금을 흔히 겪는다.
이하나 서울시서남병원 비뇨의학과장은 "요실금의 원인은 방광과 요도괄약근(括約筋, 수축과 이완으로 생체기관의 열고 닫힘을 조절하는 고리 모양의 근육)의 기능적 이상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요실금이 많은 이유는 남성보다 짧은 요도와 출산 등으로 골반이 처지는 등 요도나 방광 기능이 약해지기 쉬워서"라고 설명했다.
◇요실금의 종류와 원인
요실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침, 재채기, 줄넘기나 무거운 것을 들 때와 같이 배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과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고 참기 어려워 빨리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속옷을 적시는 '절박성 요실금'이다. 전체 요실금 환자의 3분의 1은 두 가지 요실금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혼합성 요실금이다.
조성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두 가지 요실금은 원인과 치료방법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복압성 요실금: 여성 요실금의 50%가 복압성 요실금이다. 갑작스럽게 복압(복부내의 압력)이 증가할 때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누출되는 현상이다.
가장 일반적인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근육이 약해져 밑으로 쳐지거나, 소변을 새지 않게 막아주는 요도괄약근의 기능이 약해지는 경우 발생한다. 출산 이후 골반근육이 약해져서 복압이 증가할 때 방광과 요도를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하거나 소변이 새지 않게 막아주는 요도괄약근이 약해져서 발생한다. 폐경과 비만, 천식 등 기침을 유발하는 질환, 자궁적출술 등의 골반 부위 수술, 신경질환도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남성도 전립선 수술이나 요도 손상 후에 복압성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절박성 요실금: 요실금 환자의 20~30%를 차지하며 소변이 마려운 순간 강하고 급작스런 요의 때문에 소변이 누출되는 경우다. 소변이 몹시 급해 빨리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소변이 새서 속옷을 적시거나, 화장실에서 속옷을 내리면서 소변이 속옷을 적시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많다.
절박성 요실금은 왜 생기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로 급성방광염과 당뇨, 자궁 수술 후, 신경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박성 요실금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질환은 뇌졸중, 척추손상, 파킨스병, 다발성 경화증이 대표적이다.
▶혼합성 요실금: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이 함께 나타난 경우이다. 복압성 요실금 환자의 30%가 절박성 요실금을 동시에 가진다.
이 밖에, 많지는 않으나 범람성 요실금도 있다. 전체 요실금 환자의 5% 이하를 차지하며, 방광에 정상 방광용적 이상의 소변이 채워졌을 때 소변이 넘쳐흘러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외에도 소변 배출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발생하는 요실금과 당뇨병에 의한 방광 기능장애, 자궁암과 직장암 등 골반 장기에 대해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진단법
배재현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요실금은 정확한 검사를 바탕으로 형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실금의 진단은 우선 병력 청취, 신체검사를 통한 신경학적 이상 유무, 과거의 수술력, 분만 횟수 등을 조사한다. 이후 소변검사를 통해 일시적으로 요실금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로감염이 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진단을 위한 소변검사에는 배뇨일지, 패드검사, 요역동학 검사 등이 이용된다.
우선 배뇨일지는 일상의 활동 중 일어나는 배뇨형태를 조사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로 배뇨 횟수, 배뇨량, 요절박 정도를 보통 3일 동안 기록한다. 작성된 배뇨일지를 통해 환자의 배뇨 증상을 평가할 수 있고 야간뇨의 원인도 분석할 수 있다.
패드검사는 일정한 시간 동안 패드를 착용한 후 신체활동을 하고 패드 무게를 측정해 소변이 새는 양을 측정하는 검사다. 1시간 패드 검사에서 2g 이상의 소변이 새면 요실금으로 판정한다.
요역동학 검사는 신경학적 원인에 의한 요실금이 의심될 때, 이전에 요실금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증상이 재발한 경우,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요실금인 경우, 이전에 직장암이나 자궁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경우 등을 고려하게 된다.
◇형태별 치료법 및 예방법
▶복압성 요실금: 골반근육운동이나 행동치료 등을 먼저 시행해 보고 효과가 없을 경우 중부요로슬링 수술을 고려해 본다. 복압성 요실금의 치료로 중부요도슬링 수술이 매우 효과적인데, 그물망 모양의 인체용 실을 중부요도에 걸어 복압이 올라 갈 때 소변이 새지 않도록 해 준다.
▶절박성 요실금: 하부 요로 기능에 대한 환자 교육, 수분섭취 조절, 방광 훈련 등 행동치료를 우선 시행하고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약물치료를 한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에서의 콜린성 기전의 활성이 방광의 수축과 빈뇨 및 요 절박을 일으킴으로써 발생하므로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항콜린제를 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방광평활근을 직접 이완시켜주는 베타3아드레날린 수용체 작용제가 많이 사용된다.
▶혼합성 요실금: 일반적으로 환자가 더 불편해 하는 증상을 먼저 치료한다. 복압성 요실금을 먼저 치료하면 75% 정도는 절박성 요실금도 동시에 호전된다.
범람성 요실금일 경우 방광의 수축을 촉진하는 콜린성약제와 소변 배출을 원활하게 해주는 알파차단제로 치료할 수 있고,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청결 간헐도뇨를 시행한다.
이하나 과장은 "증상이 심한 복압성 요실금은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며 "20분 수술로 90% 완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심하지 않은 요실금의 경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골반근육운동이 도움이 된다.
김세웅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출산 이후 꾸준한 골반근육 운동을 통해 복압성 요실금을 예방할 수 있다"며 "수분섭취를 지나치게 많이 할 경우 빈뇨, 야간뇨나 절박뇨 등으로 인해 요실금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다리를 꼬는 자세는 방광을 자극하고,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골반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잔뇨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평소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를 유지하고 한 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라"고 덧붙였다.
요실금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광을 자극하는 커피와 홍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제품,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 신 맛이 강하게 나는 주스나 과일, 알코올과 탄산음료, 초컬릿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배재현 교수는 "체중조절이 요실금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므로 저칼로리 음식을 통해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 좋다"며 "변비로 인해 압력이 증가되는 것이 요실금에 좋지 않기 때문에,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여성호르몬이 요실금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을 대신할 수 있는 이소플라본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검은 콩류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만성신부전증이나 당뇨병의 경우 소변량이 증가하여 일시적으로 요실금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나친 수분 섭취는 요실금을 악화 시킬 수 있지만, 매일 6~8잔 정도의 적절한 수분 섭취는 방광 건강과 변비 예방에 좋다.
<요실금 예방법>
1. 골반근육 운동- 골반근육 운동을 통해 골반에 붙어 있는 근육을 강화하면 요실금을 예방하거나 호전시킬 수 있다.
2. 올바른 배뇨 습관- 규칙적인 시간에 배뇨를 하면 요실금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4시간 이상 소변을 참을 때 요실금이 발생하면 3시간 마다 소변을 본다면 요실금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3. 음식-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커피 등 카페인 음료,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 등을 과량 섭취하면 요실금이 악화될 수 있다.
4. 체중조절- 비만은 요실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다이어트는 요실금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5.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수분 섭취와 변비 예방 등은 요실금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골반근육 운동법>
방귀를 참는 생각으로 항문을 위로 당겨 올려서 조여 주며, 이때 1에서 5까지 천천히 세고 나서 힘을 풀어준다.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질 근육도 같은 방법으로 조여 준다. 수축할 때 숨은 참지 않는다. 운동을 할 때 엉덩이나 아랫배에 손을 대고 힘이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1. 양쪽 다리를 어깨넓이 만큼 벌린 채 똑바로 바닥에 누워서 아랫배와 엉덩이의 근육은 편안하게 이완시킨 상태로 5초간 골반근육을 수축한다.
2. 똑바로 바닥에 누워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숨을 들어 마시고 엉덩이를 서서히 들며 골반근육을 5초간 수축한다. 이어 어깨 ,등, 엉덩이 순서로 바닥에 내리면서 힘을 뺀다.
3. 양 무릎과 손바닥을 댄 후 숨을 들이 마쉬면서 등을 동그랗게 하고 5초간 골반근육을 수축한다. 이어서 숨을 내쉬면서 원상태로 돌아간다.
4. 엉덩이를 깔고 앉아 양 발끝이 외축으로 향한 상태에서 골반근육을 5초 동안 수축하면서 양 발끝을 내축으로 향하게 한다.
5. 가부좌하고 앉은 자세에서 항문과 질을 서서히 조여 준다.
6. 선채로 양팔꿈치를 붙이고 의자나 탁자를 이용해서 몸의 균형을 잡는다. 이 상태에서 양발꿈치를 들면서 운동을 한다.
자료- 서울시 서남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