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의 아들 차두리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코치(38)는 국내 축구인 중에서 대표적인 '독일통'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정보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선수들과 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한 다리를 건너며 독일 축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차두리 대표팀 코치는 한국과 독일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이 벌어진 러시아 카잔 아레나 미디어석에 자리했다. 그는 헤드셋을 끼고 실시간으로 태극전사와 독일 선수들의 플레이와 움직임을 벤치의 신태용 감독과 스태프에게 전달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말 독일과 같은 F조 편성된 후 차두리 코치에게 독일 분석을 맡겼다. 그 이상의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독일과 스페인의 친선경기 때도 현장에 파견했다. 신 감독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물리치기 위해 짠 전략은 '선 수비 후 역습'이었다. 따라서 독일의 파상공세를 먼저 차단하는게 우선 숙제였다. 실제로 독일은 한국전에서 쉼없이 몰아붙였다. 볼점유율에서 70%로 한국(30%)을 압도했다. 차두리 코치는 높은 곳(미디어석)에서 독일 선수들의 공격 방향과 패스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벤치에 전달했다. 벤치의 신 감독은 차 코치의 조언을 참고해 우리 태극전사들의 수비 밸런스를 90분 내내 잘 잡아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독일에 무실점했고,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결승골과 손흥민의 쐐기골로 기적같은 2대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차 코치는 독일 태생이다. 한국 축구 영웅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분데스리가에서 뛰기도 했고, 또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자격증도 독일에서 받았다. 차 코치의 독일어 실력은 차붐 보다 한 수 위다. 그는 독일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독일의 유명 축구전문지 '키커'를 탐독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순 독일 선수 한 명의 장단점을 아는 게 아니라 1990년대와 2000년대 넘어 지금까지 독일 축구의 신구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 물론 독일 대표팀 뢰브 감독의 축구 철학과 주요 전술 전략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차 코치의 대표팀 내 역할은 독일과 스웨덴 전력 분석 뿐만이 아니었다. 신 감독은 차 코치에게 선수들과의 가교 역할까지 주문했다. '형님 리더십'을 기대한 것이다. 주장 기성용도 차 코치에게 기댄 부분이 많다. 차 코치는 구김이 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항상 웃음이 많다. 누구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차범근 감독은 "아들 두리는 나 보다 지도자로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카잔(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