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많이 듣던 말인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리는 28일 잠실구장. 경기 전 LG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LG는 최근 상승세로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와 함께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에서 머물러 있던 상황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
과연 류 감독은 여기서 더 치고 올라가고픈 욕심이 있는지 궁금했다. 최근 한화 한용덕 감독은 "차라리 선두 두산 베어스가 아예 치고 나가주는 게 좋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었다. 모든 프로팀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는 두산을 먼저 떠나보내주고 자신들은 2위 싸움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었다.
류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류 감독은 "그거 내가 많이 듣던 말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계속해서 통합 우승을 차지했으니, 그런 말을 수천번 듣고도 남았다.
현재 선두 두산과 2위 한화의 승차는 6.5경기. 두산의 전력과 페이스를 봤을 때 아래 팀들이 따라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류 감독은 "김태형 감독은 절대 안심할 수 없을 거다. 언제든 밑에서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거다"라고 했다. 비슷한 상황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 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다. 류 감독이 삼성 시절 "나는 늘 불안하다"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말도 많이 나왔었는데, 크게 앞서고 있어도 느껴지는 감독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제는 지키는 쪽이 아닌 따라가야 하는 입장. 류 감독은 한 감독처럼 확실하게 어떤 게 낫다고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긴데, 그 때 어떻게 정비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자리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뉘앙스가 풍겨졌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