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 노이어 골키퍼는 나보다 드리블을 못하더라."
'대한민국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 해설위원이 27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2대0으로 꺾은 수문장 후배 조현우의 폭풍선방을 극찬했다. 골문을 비우고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하다 손흥민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김 위원은 28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조현우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극찬했다. "신태용호 출국전 조현우와 통화를 했다. 컨디션 유지 잘하고, 끝까지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뽑힐 때는 3번으로 뽑혔고, 경기를 뛰면서 2번 키퍼로 올라선 그에게 러시아에서 기회가 왔다"고 했다. "위기 관리 능력이 좋았다. 제공권을 장악했고, 위험지역 크로스는 다 잡아냈다. 포백라인에 절대적인 신뢰를 준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흐뭇해 했다. "조현우가 하드캐리하는 바람에 독일이 앞서갈 기회를 놓쳤고, 시간이 흐를수록 급해졌다. 급해진 이유는 골이 안들어가서다"라며 폭풍선방에서 시작된 기적같은 승리에 찬사를 보냈다.
노이어가 쐐기골의 빌미가 된 부분도 언급했다. "노이어는 저를 따라하려다가 그렇게 됐다. 저보다 드리블을 못하더라"며 농담했다. 현역 시절 드리블을 즐기고 이런 도전 때문에 시련도 겪었지만 골 넣는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던 김병지다. "노이어를 벗겨내며 롱크로스를 올린 주세종의 센스도 좋았고, 반대쪽으로 보고 달린 손흥민의 스타트가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다. "한쪽은 골키퍼가 지배하고, 한쪽은 골키퍼가 지배당한 경기"라며선배로서 조현우의 완승을 기뻐했다.
김 위원은 1차전 스웨덴전, 2차전 멕시코전에서 잇달아 VAR로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2연패한 한국이 독일전에선 VAR의 혜택을 봤다고도 분석했다. "어제 주심한테는 손해를 봤지만 VAR을 통해 2골이 확실해졌다. 오프사이드가 아닌 상황을 카메라가 정확하게 잡아내면서 2골이 인정됐다"며 미소 지었다.
김 위원은 신태용 감독의 임기에 대해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1년 연장하면 좋겠다. 시련을 극복했고, 이것 자체가 자산이다. 실수를 통해 성장했다. 이런 큰무대에서 이런 경험을 누가 또 하겠나. 1년 정도는 더 줘야 맞지 않나 생각한다. 도마뱀 꼬리처럼 젊은 지도자를 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 역시 신태용호가 독일을 이길 거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독일이 1-2차전에서 2연승하고 우리를 상대로 로테이션 멤버가 나오고, 조직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라면 또 모르겠다. 독일의 베스트 멤버가 16강 운명을 걸고 모두 나섰다. 오히려 우리에게 전력 누수가 있었고,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고, 전체적으로 안좋을 때였다. 그런데 이렇게 승리했다"며 힘든 상황에서 거둔 기적같은 승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 정말 '난놈'은 '난놈'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