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은 28일(이하 한국시각) 'ESPN The Magazine' 7월호 내용의 일부를 인터넷을 통해 먼저 공개했다.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선수들의 나이에 따른 기량 변화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추적한 분석 기사다. 기사를 쓴 샘 밀러 기자는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26세의 마이크 트라웃과 38세의 앨버트 푸홀스를 비교해 예를 들었다. 결론적으로 23세에 파워, 스피드 등 운동 능력이 최대치에 오르고, 경험과 기술이 붙는 26세에 전성기가 시작돼 30세에 정점을 찍는다는 것이다. 밀러 기자는 '푸홀스는 23세, 26세, 30세때 각각 MVP 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고, 그 기간 3번(2005, 2008, 2009년)의 MVP에 올랐다'면서 '그러나 지난 7년 동안 그는 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몸값 비싼 무거운 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투수든, 타자든 선수의 전성기를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LG 트윈스 김현수는 1988년 1월생으로 올해 30세에 도달했다. 밀러 기자의 분석대로, 현장 지도자들의 경험적 인식대로 김현수는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해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러나 좌타수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2년간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출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LG 류중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과 정신적 무장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 두산 베어스에서 뛸 때보다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지금의 김현수가 개인 기량이나 팀 전력상 더 돋보인다는 뜻이다.
김현수는 현재 4번 타순에서 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이후 붙박이 4번 타자가 됐다. 4번 타자의 중요한 역할은 찬스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일이다. 상대에게 3번 타자를 '감히' 거를 수 없는 위협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 김현수는 현재 그런 타자다.
김현수는 지난 27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을 때리며 7대2 승리의 주역이 됐다. 1-0으로 앞선 5회말 KT 우완 이종혁의 143㎞짜리 한복판 직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중앙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승세를 굳혔다. 완벽한 타격 밸런스에서 뿜어져 나온 대형 홈런포로 김현수의 컨디션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현재 김현수는 타율 3할5푼7리(311타수 111안타), 14홈런, 72타점, 66득점을 기록중이다. 최다안타와 득점 부문 선두이며, 타점 2위, 타율 4위에 올라 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시즌 202안타, 26홈런, 131타점, 120득점을 올릴 수 있다. 안타수, 타점, 득점에서 커리어 하이가 예상된다. 이전 김현수의 최고 시즌은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5년이다. 그해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 103득점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병규 LG 타격코치는 올초 전지훈련 때 스포츠조선이 실시한 10대1 인터뷰에서 김현수에게 "올해 2015년의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2015년이 전성기였다는 얘기다. 당시 김현수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보다 더 잘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코치는 "타격 밸런스, 스윙 스피드, 컨택트 등 내가 뭐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김현수는 이제 'LG 선수'가 다 됐다. 무엇보다 그를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 이형종 양석환 채은성 등 20대 후반의 타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전 자리도 명확치 않았던 이들은 올시즌 2~3단계는 오른 기량으로 LG 간판으로 성장했다. 차명석 MBC스포츠 플러서 해설위원은 "LG는 김현수가 와서 확 달라졌다. 언제 LG 타선이 이렇게 친 적이 있었나.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올시즌 MVP를 뽑으라면 김현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김현수는 "조금 안 좋을 때 신경식 코치님, 이병규 코치님과 의논하고 전력분석팀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팀이 승리하도록 항상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은 타자는 늘 고민하며 주위와 상담하고 신중하다. '진짜' 전성기를 맞은 김현수의 시즌 종료 시점의 성적이 궁금해진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