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내야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최근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신본기가 흔들리면서 내야 전반의 짜임새가 약화되고 있다. 신본기는 지난 26~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연이어 치명적인 수비 오류를 범했다.
먼저 26일 넥센전. 사실 이 때는 완전히 실책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그러나 판단 미스에 의해 결승점은 물론, 대량 실점의 원인을 제공한 건 맞다. 이날 1회초 무사 1루에서 넥센 2번 이택근의 땅볼 타구가 유격수 신본기에게 향했다. 평소 유격수 위치보다 약간 더 3루 쪽으로 치우쳐 있었는데, 타구를 잡은 신본기는 송구를 1루가 아닌 2루쪽으로 했다.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신본기는 두 가지를 간과했다. 하나는 넥센 1루 주자였던 김혜성의 주루 스피드와 스타트 타이밍이다. 김혜성은 넥센 팀내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발이 빠른 선수다. 주전 경력이 적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스타트도 빨랐다. 거의 히트앤드런에 가깝게 2루로 뛰었다.
신본기의 두 번째 판단 미스는 포구 위치에 따른 송구 방향 선택이다. 만약 정상적인 위치에서 타구를 잡았다면 무조건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는 게 맞았다. 성공 확률도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타구 방향은 기본 유격수 위치에서 훨씬 왼쪽으로 치우쳤다. 결국 신본기가 타구를 잡았을 때 김혜성은 2루에 한 번의 슬라이딩으로 도달할 위치까지 온 상태였다.
수비 센스가 뛰어난 선수라면 여기서는 2루가 아닌 1루에 던져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갔을 것이다. 그러나 신본기는 2루 송구를 택했다. 결과는 야수 선택에 의한 모든 주자의 세이프였다. 이게 빌미가 돼 넥센은 6점이나 올렸다.
2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도 주전 유격수로 나온 신본기는 2-3으로 뒤지던 7회초 2사 만루 때 마이클 초이스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다리 사이로 빠트리며 2점을 거저 내줬다. 확연하게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게 눈에 보였다. 치명적 패배의 원인이 될 뻔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롯데가 경기를 9대8로 뒤집는 바람에 실책이 가려졌다. 그렇다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사실 신본기는 수비력이 그렇게 뛰어난 유격수라 보긴 힘들다. 특히나 올해는 실책이 잦다. 지난해 128경기에서 10개의 실책을 저질렀는데, 올해는 75경기에서 벌써 11개를 기록했다. 롯데의 팀 실책이 1위가 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물론 공수에서 그간 신본기가 팀에 헌신한 면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수비에서의 불안감 또한 큰 게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롯데의 1군 전력 구성상 이런 문제 현상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흔들리는 신본기 대신 유격수로 나설 인물이 마땅치 않다. 어쩌다 보니 7명이 포함돼 있는 1군 엔트리 중에서 유격수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선수가 사실상 신본기 하나 밖에 없다.
그나마 황진수가 백업으로 유격수를 할 수는 있는데, 경험이나 기량 면에서 신뢰하긴 힘들다. 그래서 선발 출장은 어렵고, 경기 막판 교체 카드로나 쓸 수 있다. 그 외에는 아예 유격수가 가능한 인물이 없다. 다시 말해, 만에 하나 신본기가 다치거나 할 경우에는 꼼짝없이 유격수 파트에 큰 구멍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문규현이 종아리 부상으로 지난 20일 1군에서 제외되면서 생긴 문제다. 때문에 문규현이 1군에 컴백하기 전까지는 해결될 수 없다. 날짜상으로는 30일부터 가능한데, 종아리 상태가 어떨지가 변수다. 결국 현재로서는 신본기 스스로가 수비에 대한 자신감과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롯데의 고민이 담겨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