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에서 열린 '2019 KBO 신인 1차 지명' 행사는 화려하고 성대했다. 역대 최초의 공개 행사라는 걸 부각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특급 호텔의 커다란 연회장에서 치러졌다.
뿐만 아니다. 케이블 방송사가 이를 생중계로 전했다. 전문 아나운서의 사회에 따라 각 구단의 사장, 단장, 스카우트 팀장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선수 선발 이유 등을 밝히고, 1차 지명 선수를 호명했다.
그렇게 지명된 아마추어 선수들은 모두 양복 차림으로 단상에 나와 나름의 각오를 밝혔다. 1차 지명이 된 것을 축하하고, 그들의 각오를 팬들에게 전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다. 더불어 KBO는 야구 팬들을 이날 현장에 초청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특급호텔' '생중계' '팬 초청'이라는 그럴듯한 겉포장에 가려졌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내실과는 거리가 먼 그저 '보여주기 식' 행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1차 지명 선수들의 모습에서 이질감이 확연히 느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1차 지명 선수들은 아직 고교 3학년 학생이다. 월요일 오후 2시는 이들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KBO는 역대 최초 공개 행사를 위해 이 학생들을 서울로 불러 올렸다. 어떤 면에서 보면 KBA의 '공부하는 학생'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사를 KBO가 기획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하나같이 양복차림이었다. 딱 봐도 이번 행사를 위해 새로 맞춘 티가 역력했다. 이미 지명하기로 한 구단 측이 양복까지 맞춰줬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나마 이렇게 보는 편이 낫다. KBO가 드레스코드를 지정하고 그 비용을 학부모가 감당해야 했다면, 그만한 코미디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로에 지명됐을 지언정 아직 아마추어 선수이자 고교생이다. 당연히 지녀야 할 아마추어 학생의 풋풋함이 강제적으로 지워진 채 무대에 오른 인형들을 보는 듯 했다.
팬 초청도 마찬가지다. 일면 그럴 듯 하게 보인다. KBO가 마치 '소통'의 중심에 선 듯 하다. 과연 그럴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날 행사는 월요일 오후 2시였다. 이 시간에 서울 도심 호텔의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계층은 매우 한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직장인이나 수업이 잡혀있는 학생은 초청권이 있더라도 참석하기 힘들다. 생업이 있는 지방 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팬'은 불특정 다수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다. 그러나 KBO가 이 행사를 통해 오히려 팬의 계층을 나눠버렸다. '평일 오후 2시에 서울 도심 호텔에 올 수 있는 사람'으로. 이 과정에서 묘한 위화감이 발생하고 있다. 이 또한 KBO의 사려깊지 못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허점이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현재의 1차 지명 제도에 관해서는 프로야구계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지역적 불균형 현상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그 전력 평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09년에 한 차례 폐지됐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2012년에 부활했지만,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 이런 상황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화려한 쇼를 만들어야 했을까.
사실 정운찬 총재가 취임한 이후 KBO는 종종 이런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 내실이 없는 보여주기식 일처리가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게 비디오 판독 영상 리플레이였다. 방송사와 협의를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발표했다가 결국 방송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또 넥센 히어로즈의 뒷돈 트레이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성급하게 6억원(2017년 발생분)을 회수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전수조사에서 그 규모가 100억원대로 늘어나자 이도저도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보여주기가 능사는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관중 수, 시청률, 화려한 행사 뒤편에 KBO리그의 내실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타고투저는 갈수록 심해지고, 리그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은 나날이 커진다.
스포츠1팀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