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김기태 감독은 지난 24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 "이제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무턱대고 '잘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무책임하다"면서 "팀 내부, 외부 모두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할 시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선수들의 부진에도 묵묵히 기다려줬던 김 감독이지만 어느새 시즌의 절반을 치른 상황에서도 그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좀 더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오로지 팀 승리를 위해 나아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KIA의 기류 변화는 김세현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KIA는 월요일인 25일 우완투수 홍건희를 1군에서 제외했다. 투수가 빠졌고, KIA 불펜이 약하니 당연히 26일엔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피칭을 하고 있는 김세현이 1군에 등록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김세현이 아닌 야수인 고졸 2년차 김석환이었다. 김주찬 등 주전 야수들이 잔 부상이 많아 출전 여부가 당일 결정되는 KIA이다보니 1루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고, 퓨처스리그에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석환이 낙점됐다. 김석환은 이날 1루수로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취소되며 데뷔 첫 1군 출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김세현은 지난 주말 2경기 연속 등판해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26일에도 함평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서 1⅔이닝을 최고 150㎞의 빠른 공으로 퍼펙트 피칭을 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예전이라면 이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온 김세현을 1군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세현의 콜업 시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해야한다"면서도 "올리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누굴 내리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마무리였던 김세현의 실력이라면 현재 1군 불펜진에 있는 누구든 1명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게 해준 불펜 투수들을 쉽게 내치기를 거부했다. "지금 불펜에 있는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다. 잘하는 선수를 그냥 내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김세현도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며 김세현이 1군에 와도 바로 예전의 마무리자리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마무리로 뛰고 있는 윤석민이 부진을 보이지 않는 한 김세현에게 그냥 마무리 자리를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즉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들을 김세현이 경쟁을 통해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다.
베테랑들을 충분히 기다려줬고, 예우도 해줄만큼 해줬지만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젠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시기가 왔다.
KIA의 기류변화가 남은 시즌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