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SK핸드볼 경기장. 평일, 그것도 낮 시간이었지만 체육관 근처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유가 있었다. '숙명의 라이벌' 한-일 핸드볼 매치가 펼쳐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한-일 정기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한-일 클래식매치는 어느덧 10회째를 맞았다. 사실 그 시발점은 어두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 재경기를 계기로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으며 정기전으로 자리 잡았다.
▶뜨거운 열기=평일 경기, 기대 밖 흥행
이번 한-일 클래식매치는 10주년을 기념해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 나가미네 야스마가 주한 일본대사가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핸드볼이 올해부터 겨울 리그로 전환해 인기 스포츠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양국의 핸드볼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경기장 밖에는 어린이 팬을 위한 핸드볼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경기 중간에는 임오경 윤경신과 함께하는 '레전드 매치'가 펼쳐졌다. 흥을 돋우기 위한 응원전과 어린이 치어리더 공연도 진행됐다.
그 덕분인지 흥행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한-일전은 주말에 열렸다. 올해는 국제 초청대회인 '프리미어 6'와 연결해 시리즈로 펼쳐졌기에 경기를 평일에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많은 분께서 경기장을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경기장에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일본 팬도 자리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핸드볼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냉정한 시선=아시안게임 대비, 안주할 수 없는 현실
2018년 한-일 클래식매치가 더욱 중요했던 이유가 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 모의고사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최정예 멤버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비록 부상자가 있기는 했지만, 주축 선수 대부분이 참가했다.
경기에서는 한국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남자부는 25대18로 승리했다. 이로써 남자부는 10년 동안 무패행진(9승1무)을 달렸다. 여자부 역시 27대20,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일본은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다구르 시구르드손(아이슬란드), 울리크 커클리(덴마크)에게 각각 남녀부 지휘봉을 맡겼다. 여자부의 경우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16강에 진출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조영신 한국 남자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강한 집중력으로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는다. 일본도 실력이 급상승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계청 여자대표팀 감독 역시 "부상 선수가 있어서 전력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있다. 반면, 일본의 실력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